Oct 2006 | 2006년 여름, 무모했던 8박 10일의 횡단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새 학기가 시작했고, 자두는 3년간 기다렸던 학교 병설 데이케어 센터에 입학했으며, 우리는 새로운 이웃을 만났다.
이렇게 자신감 충만하던 때가 있었던가. 만약에 우리가 동부 시골 조지아가 아닌 미국 서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당일치기로도 가능한 환상의 여행코스 천지인 그곳에서 주말이면 짐 싸들고 떠나는 우리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물론 이렇게 감히 대륙횡단이라는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일은 없었을 테고, 설사 횡단을 감행한다 하더라도 서부에서 동부를 향해 달리는 감상은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느낌과는 사뭇 달랐을 거다. 남부 촌놈들이 동부에서 서부를 훑어본 감상은 같은 미국 안에서 해외여행 다녀온 기분 딱 그것이었다. 하지만 서부에서 출발해서 동부로 간다면 낯선 곳을 달리는 낯익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아무래도 미 동부의 풍경은 한국과 훨씬 닮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감 충만하던 때가 있었던가. 만약에 우리가 동부 시골 조지아가 아닌 미국 서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당일치기로도 가능한 환상의 여행코스 천지인 그곳에서 주말이면 짐 싸들고 떠나는 우리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물론 이렇게 감히 대륙횡단이라는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일은 없었을 테고, 설사 횡단을 감행한다 하더라도 서부에서 동부를 향해 달리는 감상은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느낌과는 사뭇 달랐을 거다. 남부 촌놈들이 동부에서 서부를 훑어본 감상은 같은 미국 안에서 해외여행 다녀온 기분 딱 그것이었다. 하지만 서부에서 출발해서 동부로 간다면 낯선 곳을 달리는 낯익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아무래도 미 동부의 풍경은 한국과 훨씬 닮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첫 대륙횡단의 백미였던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길 끝에 나타난 대자연의 장관. 여전히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삼십분의 기억. 이것이 아메리카의 국립공원이란 말인가.
미국에는 현재 58개의 국립공원 (National Park) 이 지정되어있다. 국립공원 하면 관광명승지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보다는 보호구역의 성격이 더 큰 곳이다. 자연의 보호와 보존을 위해 국가가 지정, 관리하는 광범위한 지역이 국립공원이다. 보호의 가치가 있지만, 지역이 넓지 않거나 단일물인 경우에는 국립기념물 (National Monument)로 지정한다.
지도에 보이듯이 대부분의 국립공원이 록키산맥 서쪽에 분포하고 하와이와 알래스카에도 여러 곳이 지정되어있다. 미 중부 지역은 생명 자체가 드문 황량한 대평원 때문에, 동부 지역은 완만한 지형과 온화한 날씨로 일찍부터 농경지와 도시가 발달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립공원이 지정될 여건이 부족해 보인다.
이러니 조지아에서 국립공원 순례를 하자면 대륙횡단 여러 번 해야 할 형편이다. 여보세요, 엔진에 열도 아직 안 식었거든요, 어딜 또 가자구요. 일단 가까운 데부터 가십시다. 그곳은 바로 동부의 허파,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 (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 !
미국 국립공원 리스트 | US National Park List
집에서 네 시간 거리밖에 안 되는 가까운 곳인데 어떻게 그동안 한 번도 갈 생각을 못 했는지.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 (이하 스모키) 은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스모키의 남쪽인 노스캐롤라이나지역은 인디언 보호구역이고 북쪽인 테네시 쪽은 관광 숙박 시설이 잘 발달하여 있다. 조지아에서 올라가면 노스캐롤라이나를 먼저 지나치게 되는데 이 지역에는 숙소가 거의 없어서 애쉬빌 (Asheville)을 거쳐 스모키로 가는 쪽으로 동선을 잡았다.
2006년 10월 중순의 어느 주말. 우리의 두 번째 국립공원 순례를 출발한다.
스모키 가는 길. 애쉬빌에서 I-40를 타고 가다 US19로 빠져나오니 마을이 나타난다. 인디언 상점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인디언 보호구역에 들어선 것 같다. 길가에 팬케잌 식당이 많이 눈에 띈다. 사람들이 바깥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걸 보니 꽤나 유명한 식당들인가 보다.
오르막길을 타고 산길을 들어선다. 창문을 살짝 여니 차가운 아침 공기에 가을 산 내음이 묻어나온다. 터널 지나기 전에 사진 좀 찍자는데 자두 코가 금세 빨개졌다. 제법 쌀쌀한 날씨다.
오르막길을 타고 산길을 들어선다. 창문을 살짝 여니 차가운 아침 공기에 가을 산 내음이 묻어나온다. 터널 지나기 전에 사진 좀 찍자는데 자두 코가 금세 빨개졌다. 제법 쌀쌀한 날씨다.
왕복 2차선의 숲길을 달리는 이곳은 블루리지 파크웨이 (Blueridge Parkway). 버지니아주의 쉐난도어 국립공원 (Shenandoah National Park)과 스모키를 연결하는 469마일 (755킬로미터)의 경치 좋은 산길이다.
2008년 블루리지 파크웨이 단풍 여행기 | Blud Ridge Parkway
모네가 원색물감으로 붓 터치를 한다면 이런 그림이 나올까.
스모키에 도착했다. 비지터 센터 (Oconaluftee Visitor Center)에서 지도를 받고 보니 '뉴파운드갭 로드 (Newfound Gap Road)'라는 스모키 마운틴을 관통하는 도로가 있다. 이 도로를 따라가며 뷰포인트들을 감상하면 될 듯.
사실 스모키의 명성은 그간 지인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 크고 넓은 산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 할 지 막막한 마음에 선뜻 떠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제한적이긴 하지만 차로 돌아볼 수 있는 도로도 잘 뚫려있고 또 지도도 꽤나 상세해서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미국 국립공원은 장거리 여행 중 잠깐 들렀다 가는 나그네부터 며칠씩 지내며 하이킹을 즐기는 아웃도어 매니아들까지 다양한 취향과 목적을 지닌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공원 내 도로는 보통 공원 안에서 제일 경치가 좋은 곳을 지나기 때문에 시간이 없거나 우리같이 초짜인 여행객들은 공원 내 도로를 달리며 전망대 위주로만 보아도 꽤나 깊은 인상을 받고 올 수 있다. 물론 트레일을 타고 내 발로 직접 하이킹을 하며 느끼는 진정한 묘미를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미국 국립공원은 장거리 여행 중 잠깐 들렀다 가는 나그네부터 며칠씩 지내며 하이킹을 즐기는 아웃도어 매니아들까지 다양한 취향과 목적을 지닌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공원 내 도로는 보통 공원 안에서 제일 경치가 좋은 곳을 지나기 때문에 시간이 없거나 우리같이 초짜인 여행객들은 공원 내 도로를 달리며 전망대 위주로만 보아도 꽤나 깊은 인상을 받고 올 수 있다. 물론 트레일을 타고 내 발로 직접 하이킹을 하며 느끼는 진정한 묘미를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 지도 | 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 Map
뉴파운드갭 로드 (Newfound Gap Road)를 따라 산길을 달린다.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숲 길을 달린다. 그랜드캐년에서의 충격적 첫 대면을 기대한 나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오감의 안테나를 뻗어 보지만 아직 아직 조금 이른 단풍철인가 보다. 화려함이 덜하다.
테네시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계가 되는 뉴파운드 갭 (Newfound Gap)은 스모키 마운틴의 능선부이자 애팔래치안 트레일 (Trail: 등산로)과도 만나는 국립공원의 중심이다.
뉴파운드 갭에서 서쪽으로 갈라지는 도로를 타면 스모키 마운틴에서 제일 고도가 높은 클링맨스 돔 (Clingmans Dome)으로 향한다. 겨울에는 폐쇄되는 이 길은 아슬아슬하게 산의 정상부로 올라가는 좁은 산악도로다.
스모키 마운틴의 정상부 능선에는 저지대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풍경이 나타났다. 촘촘히 박혀 있는 잿빛 고사목들 사이로 비집고 올라오는 어린 나무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만 서식한다는 프레이져 전나무 (Fraser Fir)라는데, 유럽에서 건너온 해충 때문에 70% 이상의 나무들이 저렇게 앙상한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고지대의 척박한 환경 탓에 고사목이 된 줄 알았더니 곤충 부대가 휩쓸고 간 흔적이었군.
주차장에 겨우 차를 대고 내렸는데,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너무 놀라서 도로 차 안으로 들어갔다. 칼바람과 날이 잔뜩 선 차가운 공기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에센스 날씨만 생각해서 두꺼운 잠바를 안 가져간 것이 실수다. 그냥 돌아갈 순 없고, 일단 있는 대로 옷을 몇 겹씩 껴입었다. 얼굴엔 자두 내복과 수건을 목도리처럼 두르고 정상의 돔을 향해 올라갔다.
30분쯤 걸었더니 얼굴과 손은 얼음장 같아도 몸에서는 열이 났다. 이런 날씨에도 전망을 보러 올라온 사람들로 전망대가 북적거렸다.
고도 2,025미터의 클링맨스 돔 (Clingmans Dome). 멀리서 보면 참 아찔하고도 흉물스럽게 생긴 건축물인데 막상 올라가다 보면 별로 무섭지 않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스모키. 고사목을 쑥쑥 치고 올라오는 어린 프레이져들 때문에 잿빛 산이 다시 제 색을 찾는다.
구불구불 첩첩이 이어지는 이 산들은 캐나다에서부터 1,500마일을 내려온 애팔래치아 산맥 (Appalachian Mountains)의 줄기이다. 스모키 마운틴은 미 동부를 가르는 이 거대한 산맥의 남단 종착역인 셈이다. 지구의 역사를 통틀어 한때는 히말라야 산맥보다도 높은 곳이었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그 모습이 완전히 변해 버렸다는 애팔래치아 산맥. 하지만 고도를 잃어버린 산맥은 대신 풍성한 생명력을 얻었나 보다. 사실 애팔래치아 산맥의 형세나 식생은 한국의 산들과 비슷해서 스모키에 머무는 내내 그랜드캐년에서처럼 사람을 압도하는 스펙터클한 감동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미 서부 지역을 다녀오고 나니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 자라지 못하는 서부 반사막지대의 민둥산들과 비교했을 때 생명력 넘치는 스모키의 산과 숲이 살아있는 자연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돔에서 내려와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 바람도 잦아들어 발걸음이 훨씬 가벼웠다. 스모키는 영어로 Great Smoky Mountains라고 쓰는데 Mountain의 복수형을 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봉우리가 우뚝 솟은 단일 봉이 아니라 길고 넓게 퍼진 능선을 따라 높고 낮은 봉우리들이 넓은 면적 안에서 첩첩이 이어지는 산악 지대다.
클링맨스 돔에서 빠져나와 다시 뉴파운드 갭로드를 타고 산을 완전히 넘어 북쪽으로 넘어갔다. 케이즈 코브 (Cades Cove)로 가는 길에 피크닉 장소 (Picnic Area)에서 준비해 간 돼지 불고기를 구워먹었다. 이렇게 야외에서 바베큐를 하는게 처음이라 불을 피우면서도 혹시 불이 번지면 어쩌나 전전긍긍했다. 촌스럽긴.
2013 Updated | 실제로 우리의 10년 미국 생활 동안 스스로 불 지펴 고기를 구워먹은 일은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스모키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케이즈 코브 (Cades Cove). 산기슭 분지를 둘러싼 11마일의 일방도로를 따라가며 개척시대 정착민들의 흔적을 찾아간다.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 워낙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나라라 그런지 결혼문화도 각양각색이다. 한국 못지않게 엄청난 돈을 들여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내 눈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런 장소에서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랩에 있는 미국 친구 하나는 어느 날 며칠 휴가를 다녀오더니 뜬금없이 자기 일롭 (elope) 했단다. 일롭, 그게 뭐야 했더니, 세상에 일가친척, 친구 하나 없는 곳으로 도망가서 결혼하는 거란다. 몇 개월간 결혼 준비한다고 난리법석이더니 다 팽개치고 섬에 가서 지들끼리 결혼을 해? 한국 같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용기에 박수를 쳐줬다.
케이즈 코브 11마일은 일방도로인데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이 몰려서 다 돌고 오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내 생각에) 이렇게 케이즈 코브가 인기 있는 이유는 방앗간이나 교회 같은 1800년대 유적들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곳에 출몰하는 온갖 야생동물들 때문. 특히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것은 스모키에 서식하는 흑곰 (Black Bear). 약 1,500마리가 공원 내에 서식한다는데 곰에게 150피트 (약 45미터) 이내에 접근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자연과 사람을 동시에 보호하려는 정책이다.
거북이걸음으로 케이즈 코브를 통과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차들이 멈춰서서 움직이질 않고 밖에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물어봤더니 앞쪽에 곰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아줌마 근성 발휘한다. 차를 수형에게 맡기고 자두를 들쳐업고 뛰기 시작했다. 자두에게 야생곰을 보여줘야겠다는 일념하에 무거운 줄도 모르고 달렸다. 덕분에 멀찍이 곰이 사라지는 뒷모습은 볼 수 있었다.
거북이걸음으로 케이즈 코브를 통과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차들이 멈춰서서 움직이질 않고 밖에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물어봤더니 앞쪽에 곰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아줌마 근성 발휘한다. 차를 수형에게 맡기고 자두를 들쳐업고 뛰기 시작했다. 자두에게 야생곰을 보여줘야겠다는 일념하에 무거운 줄도 모르고 달렸다. 덕분에 멀찍이 곰이 사라지는 뒷모습은 볼 수 있었다.
곰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으면 파크 레인져 (Park Ranger: 공원 지킴이) 가 출동해 곰을 쫓아버린다.
수형과 나는 야생곰을 봤다는 사실에 들뜨고 흥분해서 혹시 한 마리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가는 길 내내 눈이 빠져라고 숲 속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세 살짜리 자두는 시큰둥. 동물원에 사는 곰이나 숲 속에 사는 야생 곰이나 자두에겐 그저 똑같은 곰일 뿐이니까.
케이즈 코브에서 빠져나오니 이미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원래는 오늘 집에 가려고 했는데 다시 산을 관통해서 넘기엔 시간도 늦고 또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스모키 북쪽 테네시의 피죤폴지 (Pigeon Forge)에서 모텔을 찾아가 쉬었다.
다음날 호텔에서 아침 식사 쿠폰을 주길래 받았더니 근처 팬케이크 식당 쿠폰이다. 이 지역 주력 음식이 팬케이크가 맞는 모양이다. 삼대가 운영한다는 팬케이크 집에서 아침을 먹고 근처에 있는 베어팩토리에 갔다.
온갖 종류의 테디베어들이 다 모인 테디베어 공장이다. 이렇게 곰 인형이 많은 곳도 처음이다. 꽤 괜찮은 관광상품 같은데 아쉽게도 스토어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게틀린버그 시내에서 바로 이어지는 로어링 포크 모터 네이쳐 트레일 (Roaring Fork Motor Nature Trail)을 돌았다. 바로 집에 가는 것이 아쉬워 잠깐 들렀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나무가 하늘을 덮은 숲 속 길을 자동차로 산책하듯 달리는 드라이브 길. 차창 열고 나무 냄새, 흙냄새 진하게 맡으며 서두르지 않고 마음껏 스모키의 마지막 여정을 즐겼다.
역시나 이곳에도 개척시대 사람들이 남기고 간 터전이 남아 있었다. 외화 <초원의 집>을 떠올리는 곳이다. 앙증맞은 자두와 나.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들이 살고 있던 숲 속의 집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스모키를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는 US441을 타고 내려왔는데 이 길의 경치가 스모키 못지 않다. 예전에 이 길이 미국 최고의 가을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기사를 읽은 것 같기도 하다. 오르고 내리는 길을 달릴 때마다 넓게 펼쳐진 산과 숲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도로도 넓게 잘 닦여 있어서 양옆으로 시야가 막히지 않아 달리는 기분이 더 신났다. 울긋불긋한 숲을 보니 우리가 한동안 심혈을 기울여 작업했던 직소퍼즐의 그림들이 생각났다. 퍼즐 속의 그림을 고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했다.
스모키 마운틴의 자연은 한국과 닮았다. 그래서 덜 인상적이고, 덜 자극적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편하고, 더 친근하고, 더 가까이하고 싶음을, 무엇보다 스모키가 품고 있는 풍부한 생명력이 미대륙 그 어느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것임을 우리의 수많은 여행 경험으로 증명할 수 있기에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의 존재가 더 깊은 여운으로 남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