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010 | 호두의 운명. 같은 부모밑에서 태어났지만 똑같은 대접은 받지 못하는 운명.
말이 같은 부모지, 나는 내가 자두를 낳았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엄마가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 어떻게 아이를 똑같이 대할 수 있겠는가. 하나부터 열까지 절절매던 젊은 엄마가 어느새 노련한 베테랑 엄마가 된 것을.
호두 가진 걸 알았을 때, 더구나 사내아이라는 걸 알았을 때, 겁이 덜컥 났다.
6년 반의 터울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딸 셋 중 첫째로 태어나, 여중/여고 졸업하고 연애 두번만에 결혼을 했는데, 이런 내가 남자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근데 생각보다 잘 적응한 것 같다. 나도, 호두도, 그리고 자두와 수형까지.
우리 자두는 세 살반 때 첫 장거리 여행을 시작했다.
호두는 팔개월때부터 시작하게 생겼다. 불쌍한 것, 이 역시 네 운명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나의 숙명. 미국생활 중 마쳐야하는 숙제 같은 곳.
이젠 겨우 집에서 550 마일 떨어진 곳으로 이사왔으니 당연히 해결 가능한 과제가 되었다.
호두가 진정한 우리 패밀리가 되기 위해서라면 꼭 거쳐야하는 통과의례, 장거리 자동차 여행. 550 마일이면 워밍업 수준. 방콕하며 사회생활에 전념하던 우리 가족이 반 년만에 드디어 시동 걸었다.
호두 테스트용 2박3일 메모리얼 데이 여행, 피츠버그를 거쳐 나이아가라까지 출격이다.
이번 여행은 사실 다음달에 떠날 7,000 마일 대장정을 위한 트레이닝이기도 하다. 우리 인생에 더 이상의 미대륙 횡단이나 일주는 없을거라고 선언했는데, 어쩌다보니 은퇴를 번복하고 더 무모한 여행을 떠나게 됐다. 수형이나 자두, 나는 이미 단련된 전사들이지만 팔개월짜리 호두는 생초짜 신입회원. 대장정을 시작하기 전에 신입의 성격, 특성, 장단점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안전한 여행을 위한 급선무라 사료되어 트레이닝과 테스트에 적당한 장소와 루트를 선택한 것이 바로 이번 여행.
호두가 이번 여행을 견디지 못하고 실패한다면 우리의 대장정 역시 무산될 것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으니.
출발 전날인 금요일. 전날 저녁부터 목이 칼칼하더니 아침이 되니까 상태가 영 안좋은게 직감적으로 뭔가 꼬이는구나 싶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앓았겠지만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애기 낳을 때 빼고 6년만에 처음으로 병원엘 갔다.
약을 받아들고 집에 왔는데 병원 에어컨 때문인지 증상은 심해지고, 고열과 두통에 온몸은 욱신욱신, 정말 오랜만에 호되게 앓는구나.
수형이 이렇게 아픈데 어딜 가겠냐며 호텔비가 아깝지만 멀리 보자며 진심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위로를 해주었다. 난 몹시 수치스러웠다. 천하의 조여사가 남편의 반대 때문도 아니고 애들 때문도 아니고 바로 나 자신 때문에 계획한 여행을 못가게 되다니. 이게 얼마나 어렵게 계획한 여행인데, 생전 안아프다가 5-6년만에 처음으로 하필 오늘 아픈 것일까, 왜! 왜! 왜!
하지만 난 이겨냈다. 아침 6시, 눈이 번쩍 떠졌다. 가만히 누운 상태로 빠르게 몸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침을 삼켜보니 목이 조금 아프긴 하지만 다른 곳은 말짱. 정신력으로 이겨낸 자신을 기특해하며 자고 있는 식구들을 깨우지 않고 조용히 짐을 싸기 시작했다.
사실 전날에 짐을 좀 싸놓을까 하다가 힘들기도 했지만 짐을 싸놓으면 사악한 기운의 훼방으로 정말 못가게 될까봐 일부러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다. 너무너무너무 원하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엄청 맘에 안드는 징크스 때문에.
요약하면 전날 몸이 안좋았으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괜찮아서 결국 출발하게 됐다는 말씀.
수형이 운전을 하고 자두, 호두, 나 이렇게 우리 2002년 태생 시빅이 뒤에 쪼로로 앉아서 갔다. 두 카시트 사이에 낑겨 가려니 심히 불편했지만 장거리 여행, 고속도로에서 팔개월짜리 아기가 갑자기 울어재끼기라도 하면 속수무책이라 내가 기꺼이 희생. 몸에 맞지 않는 절대적으로 비좁은 자리였지만 모성으로 극복하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오른 기분으로 참아야했다.
수형이 운전을 하고 자두, 호두, 나 이렇게 우리 2002년 태생 시빅이 뒤에 쪼로로 앉아서 갔다. 두 카시트 사이에 낑겨 가려니 심히 불편했지만 장거리 여행, 고속도로에서 팔개월짜리 아기가 갑자기 울어재끼기라도 하면 속수무책이라 내가 기꺼이 희생. 몸에 맞지 않는 절대적으로 비좁은 자리였지만 모성으로 극복하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오른 기분으로 참아야했다.
펜실베니아주에 도착. 미시시피강 동쪽의 미국 동부 지역 고속도로는 주위 풍경이 참 비슷한 편이다. 그래서 서부에서 보여지는 것 같은 다이나믹한 맛은 없지만 도로를 따라 한없이 이어지는 익숙한 푸른 숲을 보면 황량한 서부보다는 마음도 편해지고 느긋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펜실베니아는 우리가 참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펜실베니아라는 단어의 뒷음절인 실베니아가 숲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굽이굽이 언덕과 숲이 많이 보이는 곳이었다. 몇년 전에 뉴욕을 가는 길에 펜실베니아를 거쳐서 가게 되었는데 진하지 않은 가을 단풍들과 나즈막한 언덕에 자리잡은 아기자기한 집들이 마치 그림에나 나올 법한 풍경을 연출한 아주 예쁜 곳이었다. 자두는 자기가 좋아하는 <매직 트리 하우스 (Magic Tree House)> 의 주인공들이 펜실베니아에 살기 때문에 자기도 펜실베니아에 살고 싶단다. 수형과 나는, 기회가 된다면 그래도 좋겠다 싶었다.
그 중에서도 펜실베니아는 우리가 참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펜실베니아라는 단어의 뒷음절인 실베니아가 숲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굽이굽이 언덕과 숲이 많이 보이는 곳이었다. 몇년 전에 뉴욕을 가는 길에 펜실베니아를 거쳐서 가게 되었는데 진하지 않은 가을 단풍들과 나즈막한 언덕에 자리잡은 아기자기한 집들이 마치 그림에나 나올 법한 풍경을 연출한 아주 예쁜 곳이었다. 자두는 자기가 좋아하는 <매직 트리 하우스 (Magic Tree House)> 의 주인공들이 펜실베니아에 살기 때문에 자기도 펜실베니아에 살고 싶단다. 수형과 나는, 기회가 된다면 그래도 좋겠다 싶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네비게이션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행을 다니는데 여지껏 네비게이션이 없었냐고 놀라는 사람도 있지만 처음부터 없이 다니다보니 불편한 것도 모르겠고, 또 내가 사람 가르치는 기계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냥 저냥 버텼는데 마침 아주버님 내외분이 선물로 주시는 바람에 드디어 현대문명의 이기를 접하게 되었다.
막상 써보니 특히나 도시에서 길을 잃었을 때 꽤 유용한 놈이었다. 그런데 도시에서 방향 감각 잃기는 사람이나 기계나 마찬가지인지 고층빌딩 즐비한 다운타운에서는 시그날을 잡지 못하고 완전히 먹통이 되기는 했다. 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때도 정신줄을 놓아버리더만.
여튼 이렇게 대책없이, 그러니까 바리바리 먹을 것 싸들지 않고 출발한 적도 드물지만 주저리 떠들다보니 어느덧 피츠버그 다운타운으로 들어가기 위한 포트 피트 터널 (Fort Pitt Tunnel) 을 타고 있네. 무려 1 킬로미터가 넘는 터널이다.
사진 속의 다리는 포트 핏 브릿지 (Fort Pitt Bridge) 라고 하는데 터널의 끝에 연결되어 피츠버그로 인도하는 관문과도 같은 다리다. 피츠버그는 유일하게 도시로 진입하는 입구 (Entrance) 가 있는 도시라는 표현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도시로 들어가는 다리에는 유난히 표지판이 많았다. 표지판이 어찌나 많은지 달리는 차안에서 뭘 먼저 읽어야 할지 몰라 상당히 당황했다는.
피츠버그의 다리들은 저렇게 연한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어찌보면 촌스러울 것 같지만 자꾸 보다보니 파란 하늘과 아기자기한 도시 전경이 잘 어울리는 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다운타운 구경을 하려다 배도 고프고 날도 더워서 점심 먹고 호텔에서 쉬다가 다시 나왔다. 피츠버그의 노을을 바라보며 우리가 가는 곳은,
피츠버그의 명물인 Duquesne Incline. 워싱턴 산 (Mt. Washington) 을 따라 올라가며 멋진 도시의 풍경을 선사한다.
케이블카를 운행하시는 분들은 나이 드신 할아버지들이었는데, 운행시간이 평일에는 새벽 5시반부터 밤 12시 45분까지라는데 깜짝 놀랐다. 더구나 매표소에 계시는 분들은 그 단순한 작업 (심지어 돈도 거슬러주지 않는다는) 을 몇 시간씩 하면서도 매번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시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관망대로 가면 워싱턴 산에서 바라보이는 피츠버그의 도시 야경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야경이 이쁜 곳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기대를 많이 했다. 첫번째로 에쁘다고 했음 안 믿었겠지만 두번째라고 하니까 왠지 진짜 같았다는.
완전히 까맣게 나온 사진들을 포토샵에서 레벨 조정해서 겨우 살린 피츠버그 야경. 이렇게라도 건지게 되서 어찌나 기쁘던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자두가 추워하는 바람에 오래 볼 수는 없었지만 난 정말 참 기분이 좋았다. 차지 않은 바람 끝에 실려오는 도시 냄새에 서울 생각도 나고 결혼하기 전 생각도 떠올랐다. 혼자서 잠깐 감상에 젖어있는데 자두가 데리러 왔다.
자, 현실로 컴백. 우리의 현실이 어땠냐면, 야경을 보고 호텔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호두가 울기 시작했다. 호텔까지 15분이면 될 것 같아 내가 조수석에 타는 바람에 쉽게 달랠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네비게이션이 알려준 길을 잘못타는 바람에 터널에 들어가게 됐는데 세상에 이놈의 터널이 끝이 없는 터널이었다. 호두가 자지러지게 우니 자두도 무슨 큰일이 났는가 싶어 놀라고, 우리는 틀린 길인 줄 알면서도 나오지 못해 터널 속에서 달려야 하고, 겨우 터널에서 빠져나온 뒤에는 다운타운에서 또다시 네비게이션이 시그날을 못찾아 헤매고.
자, 현실로 컴백. 우리의 현실이 어땠냐면, 야경을 보고 호텔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호두가 울기 시작했다. 호텔까지 15분이면 될 것 같아 내가 조수석에 타는 바람에 쉽게 달랠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네비게이션이 알려준 길을 잘못타는 바람에 터널에 들어가게 됐는데 세상에 이놈의 터널이 끝이 없는 터널이었다. 호두가 자지러지게 우니 자두도 무슨 큰일이 났는가 싶어 놀라고, 우리는 틀린 길인 줄 알면서도 나오지 못해 터널 속에서 달려야 하고, 겨우 터널에서 빠져나온 뒤에는 다운타운에서 또다시 네비게이션이 시그날을 못찾아 헤매고.
야경만 보고 가는게 아쉬워 아침에 다시 잠깐 워싱턴 산에 올랐다. 두개의 지류, 그리고 그 두 지류가 합쳐져 이루는 오하이오 강 (Ohio River) 이 도심을 관통하여 흐르기 때문에 피츠버그 시내에는 그 어떤 도시보다도 다리가 많이 건설되어 있다. 다운타운에만도 열개 이상의 다리가 있고 피츠버그 전체에는 446개의 다리가 있다고 한다. 다운타운은 두 지류 사이, 지류가 합쳐지는 삼각주의 평평한 지대에 위치하지만 대부분의 주택가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미동부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풍경을 보여주었다.
제대로 사진이 나오기에는 이른 아침이라 아쉽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발길을 돌린다.
마치 샌프란시스코를 연상시키는 피츠버그의 주택가였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만난 도로 표지판이 재밌다. 엉덩이를 맞대고 서있는 차들까지.
사실 전날 오후, 피츠버그에 도착해서 한국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었는데 날이 더워 얼음물을 너무 많이 들이켜서 그런지 호텔로 가기 전에 갑자기 급한 신호가 왔다. 정말정말 위험한 고비를 겨우 넘기고 호텔에 도착했는데 과잉친절한 호텔 프론트 직원 때문에 정말 큰일을 치룰 뻔했다. 호두낳고 생전에 없던 X비로 고생하던 차에 이렇게 심하게 변의를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쩐지 시작부터 심상치 않던 여행이었더라니.
사실 전날 오후, 피츠버그에 도착해서 한국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었는데 날이 더워 얼음물을 너무 많이 들이켜서 그런지 호텔로 가기 전에 갑자기 급한 신호가 왔다. 정말정말 위험한 고비를 겨우 넘기고 호텔에 도착했는데 과잉친절한 호텔 프론트 직원 때문에 정말 큰일을 치룰 뻔했다. 호두낳고 생전에 없던 X비로 고생하던 차에 이렇게 심하게 변의를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쩐지 시작부터 심상치 않던 여행이었더라니.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는 길. 저멀리 푸른 물이 넘실대는 곳은 이리호 (Lake Erie).
난 이렇게 언덕의 오르막길을 달리는게 참 좋다. 언덕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설레는 마음이 고개를 넘기 직전, 슬쩍 고개 너머로 저렇게 넓은 호수나, 바다, 숲이 펼쳐진 풍경을 보여주는 순간이 정말 짜릿하기 때문이다.
난 이렇게 언덕의 오르막길을 달리는게 참 좋다. 언덕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설레는 마음이 고개를 넘기 직전, 슬쩍 고개 너머로 저렇게 넓은 호수나, 바다, 숲이 펼쳐진 풍경을 보여주는 순간이 정말 짜릿하기 때문이다.
자, 드디어 웰컴 투 뉴욕이오. 뉴욕하면 맨해튼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99%의 뉴욕 땅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별천지인줄 알았던 뉴욕주도 동부의 다른 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표지판의 글자만 봐도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몰려드는 차량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성수기 첫날에 날씨가 좋아 다들 놀러나온 분위기.
무료 주차장은 커녕 유료 주차장도 찾기 어려워 헤매다 겨우 주차를 하고 한참 뙤약볕을 걸어 안개호 (Maid of the Mist) 까지 왔다. 사람이,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이런 북새통은 정말 오랜만이다.
한여름 날씨에 비닐까지 뒤집어쓰고 있으니 온실효과 짱이다.
안개호 출항이요. 미국 폭포 (American Falls) 를 지난다. 위에서 봤을 때는 떨어지는 물살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라 굉장히 큰 폭포로 생각했는데, 막상 아래에서 보니 규모가 큰 편이 아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 | Niagara Falls 2002 vs. 2010
노란 비옷을 입고 가는 저 사람들은 바람의 동굴 (Cave of the Winds) 을 구경하는 사람들.
미국 폭포를 지나 캐나다 폭포로 가는 길. 떨어지는 물보라부터가 틀리다.
폭포 주위로 날아오르는 물새들.
미국 폭포는 기저의 돌무더기가 방파제의 테트라포드 역할을 하는지 떨어져 내린 순간 힘을 잃고 조용히 강물로 유입된다.
이곳 오대호의 다른 호수들보다 유독 물새들이 많이 서식하는 것 같다.
캐나다 폭포의 아래에 접근하는 순간. 쏟아지는 물보라와 귀를 먹먹하게 하는 소리에 이미 압도되어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겁먹은 호두가 내게로 넘어와 안기는 바람에 사진도 못찍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경험이었다. 사람들이 왜 미국 여행하면 나이아가라 이야기를 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이민 세대들이 가장 많이 정착한 곳이 뉴욕과 엘에이, 그리고 그 도시들에서 제일 가까운 관광명소가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와 그랜드 캐년이라 미국 여행하면 나이아가라와 그랜드 캐년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된 것 같기는 하다. 미대륙 안가본 곳 없이 돌아다녀본 지금 나이아가라, 그랜드 캐년 저리가라 할 대자연의 경이로움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오늘만큼은 나이아가라, 승!
폭포 전망대.
우비 벗어버린 호두. 자동차 여행이 이런거면 나 안가!
앞에 보이는 강 건너 지역이 캐나다. 비자 체류 자격 변경만 한 상태라 캐나다로 넘어갈 수 없었다.
폭포를 따라 올라가며 가까이서 폭포의 물살을 느낄 수 있다는데, 오늘 날씨가 무지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비없이 몇 계단 올라 갔다가 추워서 내려왔다.
아주 오래 전 미국에 온 첫 해에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었는데, 한겨울에 본 폭포의 모습은 오늘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폭포의 짙은 옥빛이 너무 아름답고 시원해서 12월에 보았던 음울한 폭포와는 완전히 다른 곳 같았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나이아가라 폭포가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유명한 곳인지, 그 많은 관광객들의 대다수가 백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특히 미국에서 이렇게 많은 인도인들을 본 것은 처음.
날씨도 덥고, 인파에 지쳐 더 이상 돌아볼 생각을 못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카지노 부페가 맛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밥을 먹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카지노에는 애들 입장이 안된다는 사실, 또 가방을 메고 들어가면 안된다는 사실을 미국 살고 십년만에 처음 알았네. 여튼 고생끝에 먹은 밥이라 그런지 정말 맛있게 먹고는 왔다.
숙소였던 버팔로의 호텔에서.
숙소였던 버팔로의 호텔에서.
원래는 아침에 잠깐 폭포에 다시 들러 보고 오려다가 어제 고생한 생각에 전의 상실, 하루만에 집에 가야하는 일정 때문에 그냥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잠시 들른 이리호 주립공원 (Lake Erie State Park).
푸른 이리호를 마주하는 풍경. 아침 공기 상쾌해서 더 기분좋은 산책이었다.
누가 이런 곳을 호수라고 하겠는가.
호두야, 어떠니. 장거리 여행 할만하니. 또 가자면 갈꺼니. 긍정적인 답변 기다리고 있스마.
개스를 넣으려고 주유소에 들렀는데, 처음으로 주유소에 개스 채우는 광경을 봤다.
놀랍게도 오하이오에 국립공원이 있길래 들렀다. 쿠야호가 밸리 국립공원 (Cuyahoga Valley National Park) 인데 아마도 우리가 여지껏 가본 국립공원 중에서 제일 실망스러운 곳이었다고나 할까. 국립공원을 경외하고 존중하는 우리로서 실망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 뭘 봐야할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사전지식 없이 무작정 찾아가서 진면목을 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 애써 위로해본다. 또는 도심속의 자연이라 보호가치가 높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나중에 찾아보니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정치적 입김이 많이 작용했는 모양이다. 오하이오 주민이 아닌 이상 일부러 먼 곳에서 찾아갈 만한 곳은 아니라는게 우리의 결론.
나중에 찾아보니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정치적 입김이 많이 작용했는 모양이다. 오하이오 주민이 아닌 이상 일부러 먼 곳에서 찾아갈 만한 곳은 아니라는게 우리의 결론.
오하이오를 지나면서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폭포 물 경험한 끝이라 수형이 담담히 운전하긴 했지만 허허벌판 숨을 곳도 없는 곳에서 무서운 스톰을 만나 무척 긴장했다.
스톰을 뚫고 무사히 도착한 우리 가족. 자, 이제 결과를 논해보자. 1,200 마일을 달린 호두 최초의 장거리 여행. 예상 거리의 1/6 수준이지만 이 정도면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봐도 좋을까. 처음부터 늘 우리와 함께 자동차 여행을 다녔던 자두는 이제 만화책 한 권 쥐어주면 차 안에서 킬킬거리며 몇 시간이고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신입멤버 호두는 에어컨 바람이 잘 통하지도 않는 카시트에 앉아서 놀다가 젖물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면서 함께 했다. 수형은 호두 때문에 한번도 운전대를 넘기지 못하고 1,200 마일 운전을 했고, 나는 평소에 하던대로 지도보랴, 일정 챙기랴, 간식 챙기랴, 애들이랑 놀아주랴, 졸린 남편 깨워주랴, 바쁜 와중에 네비게이션까지 봐야하고 또 차안에서 1/4 은 우는 호두 젖먹이는 두가지 새로운 업무를 추가로 받았다. 계획에서 어긋난 일도 많았고, 솔직히 너무 힘도 들었고, 무엇보다 가족사진 한장 없는 네가족 첫번째 가족 여행이 되었지만 연애도 제대로 못하고 결혼한 수형과 내가 이 다음에 애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둘만 남았을 때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함께 나눌 수 있는 추억거리 하나 더 보탠 것 같아 좋다. 그나저나 우리는 과연 오레건 포틀랜드로 차를 타고 떠날 수 있을 것인가. 결과는 다음 여행기에서.
스톰을 뚫고 무사히 도착한 우리 가족. 자, 이제 결과를 논해보자. 1,200 마일을 달린 호두 최초의 장거리 여행. 예상 거리의 1/6 수준이지만 이 정도면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봐도 좋을까. 처음부터 늘 우리와 함께 자동차 여행을 다녔던 자두는 이제 만화책 한 권 쥐어주면 차 안에서 킬킬거리며 몇 시간이고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신입멤버 호두는 에어컨 바람이 잘 통하지도 않는 카시트에 앉아서 놀다가 젖물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면서 함께 했다. 수형은 호두 때문에 한번도 운전대를 넘기지 못하고 1,200 마일 운전을 했고, 나는 평소에 하던대로 지도보랴, 일정 챙기랴, 간식 챙기랴, 애들이랑 놀아주랴, 졸린 남편 깨워주랴, 바쁜 와중에 네비게이션까지 봐야하고 또 차안에서 1/4 은 우는 호두 젖먹이는 두가지 새로운 업무를 추가로 받았다. 계획에서 어긋난 일도 많았고, 솔직히 너무 힘도 들었고, 무엇보다 가족사진 한장 없는 네가족 첫번째 가족 여행이 되었지만 연애도 제대로 못하고 결혼한 수형과 내가 이 다음에 애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둘만 남았을 때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함께 나눌 수 있는 추억거리 하나 더 보탠 것 같아 좋다. 그나저나 우리는 과연 오레건 포틀랜드로 차를 타고 떠날 수 있을 것인가. 결과는 다음 여행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