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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2010

제52편. 미대륙횡단 III 제4부: 진짜로 고독한 길은 따로 있을겨 (The Loneliest Road in America, 2010/06)

Day 4 | 미국에서 제일 고독한 길
2010년 6월 24일
Salina, UT - Great Basin National Park - Reno, NV
550 miles / 890 km


결전의 날이 밝았다. 이번 여행의 최대 복병인 네바다 사막을 향해 달리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비장하다. 전날 아치스에서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본 후라 그 긴장감이 더했다.




오늘의 목적지인 네바다 리노 (Reno) 의 화려한 카지노 불빛을 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550 마일, 근 900 킬로미터에 가까운 거리를 달려야 한다.




평소 같으면 열시간 거리도 채 안된다며 오늘 일정 참 여유있다 했겠지만, 네바다 사막 한복판을 관통해 달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더구나 오늘 달리는 길은 미국에서 제일 외로운 길이라고 불리는 네바다 US50 도로 아닌다.




아침 일찍 살리나 (Salina) 를 나서 본격적으로 US50 을 타고 간다.




여행의 시작은 늘 성호와 함께. 모태 신앙을 가진 사람이지만 '믿음' 이나 '기도' 라는 말을 뱉는데는 나도 모르는 거부감이 있어서 쉽게 입에 올리지 않는 편이다. 그런 내가 고집하는 우리 가족의 여행 의식은 바로 아침 기도. 차에 시동을 걸고 고속도로를 진입하여 운전이 안정권에 돌입하면 성호를 긋고 간단한 기도를 드린다. 철저히 구복적인 나의 기도는 여행 중 신의 가호를 비는 내용이 주가 되지만 신의 이름을 빌어 가족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전날의 하루를 정리하고 그날의 일정을 점검하며, 아이들은 지루한 시간을 잘 참을 수 있기를, 우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전하기를,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게 우리 모두 최선을 다 할 것을 스스로 다짐하는 시간이기에 하루 중 가장 경건하고 착한 시간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이런 시간을 가지면 좋으련만 내 자신이 그다지 규칙적인 사람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감히 시도도 못해본다.




1차선 도로지만 워낙에 다니는 차량이 없어 쭉쭉 잘 나간다. 초여름 들판의 푸릇함에 이곳이 반사막지대라는 것도 잊어버렸다.




한참 잘 달리던 차가 STOP 사인을 보고 멈췄다. 도로 보수작업 중이라 임시로 한쪽 차선을 폐쇄한 모양이다. 왠일로 공사 차량 한대가 앞장 서서 차들을 인솔해갔다. 생각보다 공사 구간이 길다. 운이 나빴으면 한참을 기다릴 뻔 했다.




앞서 가는 차들에 속도를 맞추다보니 30마일 이상 밟을 수가 없다. 덕분에 주변 경관을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하루 온 땅을 뒤덮던 대지의 붉은 기운이 사라지고 어느새 하늘 아래에는 온통 회녹빛이 감돌고 있었다. 드디어 그레이트 베이슨 사막 (Great Basin Desert: 대분지 사막) 에 발을 딛은 것인가. 마치 해상도 낮은 컬러사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새로 깔은 검은색 아스팔트 덕분에 노란색 중앙선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일자로 뻗은 길을 달린다. 이렇게 곧게만 뻗어가면 눈앞의 산맥은 대체 어떻게 넘어가라는 것일까.




반대편에서 빨간 유니폼을 입은 바이커가 힘겹게 폐달을 밟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 고독한 길을 얼마나 달려온 걸까. 사막의 뜨거운 아스팔트 길을 홀로 달려왔을 생각을 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존경스런 마음이 들었다. 조금 지났을까. 또 다른 바이커가 지나친다. 벗이 있었군.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이게 왠걸. 사이클 대회가 열리는 모양이다. 한 무리의 바이커들이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열맞춰 가는 모습이 보이더니 곧 이어 중계 차량까지 합세했다. 처음에 봤던 고독한 바이커까지가 딱 그림 좋았는데. 하지만 사막의 검은 아스팔트, 노란 중앙선, 붉은 옷의 바이커들과 눈덮힌 산이 보여주는 무채색과 원색의 조화. 한여름 사막과 겨울 산의 묘한 조합이 보기좋게 어우러져 외로운 길에 들어서는 우리를 격려해주고 있었다.




여기는 유타와 네바다 접경. 두 웰컴 표지판이 서로를 마주하고 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한큐에 끝낼 수 있어 완전 신나라 사진을 찍어 두었다.




네바다의 독특한 웰컴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정신없는 광고 로고들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네바다 주. 처음엔 사람들이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사막의 풍경과는 너무 대조적인 표지판이라 되려 마음에 들었다.






그레이트 베이슨 국립공원
Great Basin National Park


네바다로 넘어가자마자 그레이트 베이슨 국립공원 (Great Basin National Park) 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에 함께 걸쳐있는 데스밸리 (Death Valley) 국립공원을 제외하고 네바다에 있는 유일한 국립공원이다. 사막에 있는 국립공원이라 데스밸리 (Death Valley) 같은 황량한 사막인 줄 알았더니 능선 부위에는 만년설까지 덮여있는 높은 산이다. 출발 이틀전에 갑자기 일정에 포함하는 바람에 사전지식 없이 왔다고는 하지만 3,000 미터가 넘는 고산지역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다.

그레이트 베이슨 국립공원 지도 | Great Basin National Park Map




우리가 달려온 길이 저렇게 멀리까지 뻗어있다. 하늘 한 번 기막히게 푸르다. 사막 한복판에 이런 높은 산이 있을 줄이야. 내가 알고 있던 사막의 정의가 얼마나 편협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고 있다.




그레이트 베이슨 (Great Basin: 대분지) 은 네바다 전체를 대표하는 지명인데, 남북으로 뻗어내린 산맥 (Range) 들이 평행하게 달리며 산맥 간의 분지 (Basin) 를 형성하여 멀리서 보면 마치 주름을 잡아놓은 것 같은 모양의 베이슨앤드레인지프러빈스 (Basin and Range Province) 로 이루어진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 지형적 특색 때문에 이 지역을 동서로 달리다보면 눈앞을 가로막는 산맥과 산맥 뒤에 끝없는 벌판이 반복되는 걸 볼 수 있다. 예전에 미국 남부 지역을 횡단할 때 산맥을 향해 돌진하는 두려움과 쾌감을 여러번 느꼈던 것도 바로 그 지역이 베이슨앤드레인지프러빈스 (Basin and Range Province) 지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공원 안을 달리는 유일한 자동차 도로인 휠러 피크 시닉 드라이브 (Wheeler Peak Scenic Drive) 는 고도 약 2,000 미터의 비지터 센터에서 고도 3,000 미터에 이르는 휠러 피크 (Wheeler Peak) 캠프장까지 오르는 도로다. 휠러 피크 시닉 드라이브 주변의 신록의 연두빛이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갓 피어나는 어린 잎들이라 마치 이쁜 짓 할 때의 호두를 보는 것 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 시간을 벌면서 오는 바람에 이곳은 아직도 이른 아침. 오가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검은 색 가죽재킷, 베레모, 오토바이, 얌전히 싼 샌드위치. 이 모든 것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백인 할아버지를 만났다. 슬픈 사연이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에 하마터면 뒤에서 어깨를 툭툭치고 물어볼 뻔 했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는지?"




휠러 피크 시닉 드라이브의 끝은 휠러 피크 (Wheeler Peak) 캠프장이다. 지도를 보니 캠프장의 고도가 3,000 미터를 훌쩍 넘는다. 전반적으로 네바다주의 해발고도는 2,000 미터 안팎으로 고지대에 속하는데 국립공원이 속해있는 스네이크 산맥 (Snake Range) 의 정상인 휠러 피크는 무려 고도 4,000 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제일 고도가 높은 마운트 휘트니 (Mount Whitney) 가 고도 4,421미터니 이곳이 얼마나 고지대인지 알 수 있다. 늘 가물고 황량한 네바다에서 보기 드물게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울창한 삼림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휠러 피크 시닉 드라이브를 끝까지 올라 캠프장 근처에서 잠시 쉬러 나왔다가 주변 경치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주위를 둘러싼 높다란 침엽수가 뿜어내는 짙은 나무 향내. 채 녹지 않은 눈을 뚫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 시원하고 맑은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 피크닉 테이블 바로 옆을 흐르는 맑은 냇물이라니. 마음속으로 늘 그리지만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이상적인 나들이 장소가 아닌가. 더구나 사막을 달리며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만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것처럼 우리 모두 무척 기분이 좋았다.




유타에서 네바다로 넘어오면서 한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아침 10시밖에 안됐지만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은 마음에 이른 점심을 먹었다. 늘 그렇듯이 초라한 우리의 식단.




팔개월짜리 호두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냇물에 발을 담갔다. 차가운지 발을 꼼지락거리는데 그 얼굴이 제법 진지하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던 그레이트 베이슨 국립공원. 낯선 환경이 주는 강렬함과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인데도 돌아보면 마음이 제일 즐거웠던 곳은 언제나 익숙함과 친근함을 느낀 곳이었다는 이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그레이트 베이슨에서의 점심 식사는 마른 반찬 일색의 보잘 것 없는 밥상이 어떻게 최고의 만찬이 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미국에서 제일 고독한 길
The Loneliest Road in America US50 Nevada


그레이트 베이슨 국립공원에서 내려와 본격적으로 네바다를 달린다. 우리가 달리는 이 길은 '미국에서 제일 고독한 길 (The Loneliest Road in America)'. 이름부터가 황량한 냄새를 팍팍 풍기는 US50 이다. 원래 US50 은 대표적인 미대륙 횡단도로로 유명하다. 캘리포니아의 웨스트 사크라멘토에서 메릴랜드의 오션 시티까지 대륙을 가로지르는 3,000 마일의 도로다. 그 중 네바다를 관통하는 길이 미국에서 제일 고독한 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미국에서 제일 고독한 길이라는 이 별명은 1986년 라이프 (Life) 라는 잡지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볼거리가 전혀없는 (Totally Empty)' 길이라는 무자비한 혹평이 자극이 되어 네바다 정부는 이를 슬로건으로 삼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가지 마케팅 전략을 시도했고, 그 덕분인지 몰라도 우리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아주 유쾌하게 이 고독한 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실제로 네바다 정부가 '고독한 길에서 살아남는 지침서 The Loneliest Road in America Survival Guide' 를 발간해 곳곳에 배포했다고 한다.)




고독한 도로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정말 도로에 차가 없었다. 하이웨이를 달리면 트레일러 때문에 긴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독한 도로 위에는 트럭은 커녕 달리는 자동차 자체를 보기가 어려웠다. 덕분에 1차선 도로에서도 여유있게 속도를 낼 수 있어 어느새 우리는 우리만의 고독을 완전히 즐기게 되었다.




고독한 도로를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리노 (Reno) 로 가는 동선은 우리가 탄 US50 말고도 I-80 을 타고 돌아가는 방법이 있었다. I-80 가 인터스테이트 로드다 보니 중간에 휴게소가 있어 위급상황에 대처가 빠를테고, 또 제한속도도 훨씬 높아 최단루트인 US50 보다 더 빨리 리노에 도착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I-80 로 가게 되면 그레이트 베이슨 국립공원을 포기해야 하고 또 I-80 가 트레일러들의 메인루트라고 하여 마지막 순간에 US50 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아까부터 우리를 쫓아오는 구름의 형상이 기묘하다. 촉촉히 젖어있어 손으로 꾸욱 짜면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그 모양은 꼭 머리와 눈이 큰 외계인 같이 생겼다. 사실 네바다를 달리면서 내내 Area 51 생각을 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비밀에 쌓인 지역이라는 미군 비밀기지로 전투기나 무기개발, 실험등을 하는 곳이라는데 워낙 알려진 바가 없다보니 유에프오나 외계인에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라는 설도 있다. 지도를 찾아보니 Area 51 은 US50 에서 훨씬 아래쪽으로 라스베가스나 데스밸리와 더 가깝게 붙어있다. 예전에 한참 툼레이더라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을 때, Area 51 이 라라 크로포트의 미션 장소로 나왔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미션을 다 수행하면 게임 맨끝에 Area51 의 내부로 들어가 결국 외계인을 만나는 것으로 끝이 났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머리속에 있어서 그런지 이렇게 기묘한 구름들을 보니 꼭 유에프오 같기도 하고, 외계인 같기도 한게 기분이 이상했다.




유에프오라도 햇빛을 가려주니 고맙고 반갑기만하다. 사막이라고 해서 전혀 굴곡이 없는 지역일 줄 알았는데 듬성듬성 언덕과 산맥, 계곡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졌다. 이 대분지 사막은 미대륙에서 보기 드물게 나타나는 콜드 사막 (Cold Desert, 찬사막) 인데 아마로 평균 2,000 미터를 웃도는 고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워낙에 가물은 지역이라 그런지 자라는 풀들이 하나같이 납작하게 땅에 붙어있다. 이곳, 미국서부의 사막을 지배하는 식물은 데져트 세이지 (Desert Sage). 봄이면 보라빛 꽃을 피우는 꿀풀과 식물이다. 그 향내 또한 민트의 상큼한 향과 비슷하다고 하니 꽃피는 계절에 이곳에 오면 잠시 한철 화려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사막 정원에 온 것 같겠다 싶어 마음이 설렌다.




바람에 하얀 모래가 날아오르는 저곳은 아마도 드라이 레이크 (Dry Lake). 오랜 시간을 거쳐 퇴적되어 온 고운 모래들이 호수의 바닥이 드러남과 동시에 자유의 몸이 되어 바람부는대로 흩날려간다.




토지의 80 퍼센트 이상이 국가 소유라는 네바다. 이런 황량한 곳에 라스베가스 같은 환락의 도시를 세울 생각을 한 사람이 참으로 대단하다.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벅시' 가 생각났다.




고독한 길을 달리면서 이 정도 모험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차안에 있는 아이들 때문에 많은 시도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내 사진은 자두가 흉해서 지우라고 할 정도라 차마 올리지 않겠다.




멀리 하얗게 보이는 지역은 한 때 호수였으나 이제는 말라버려 하얀 모래만이 남은 드라이 레이크 (Dry Lake) 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네바다는 전 지역이 아주 건조한 대분지 지역이라 곳곳에서 이렇게 바닥이 드러난 호수들을 볼 수 있다. 미대륙은 록키 산맥을 중심으로 컨티넨탈 디바이드 (Continental Divide: 대륙분수령) 가 형성되는데 그 서쪽에 있는 하천들은 모두 태평양 쪽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이 대분지 지역의 하천들은 모두 내륙하천이라 바다로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 네바다주의 위성 사진을 보면 남북으로 뻗어가며 서로 평행하게 이어지는 산맥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산맥들 사이에 넓은 분지가 형성되면서 (Basin and Range) 하천의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두어진다. 그런데 그 지역이 여러 주 (States) 를 아우르며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보니 대분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라는. 정리 끝!
맨 땅에 헤딩하며 몸으로 체험하는 이 무대포 정신이여.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본의 아니게 지형학 공부까지 하게 되는데 내가 눈으로 직접 본 지형적 특성들이 고대로 설명되어있는 것을 보니 참 신통하고 재밌다. 지도를 보니 이 베이슨앤레인지 지형이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의 남부까지 이어지는데 이제서야 우리가 예전에 그 지역을 지나며 봤던 산맥들과 독특한 지형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겠다. 아하~ 고거 참 재밌는걸. 누가 보면 지형학 리포트 쓰는 줄 알겠다.




엄청난 크기의 사구가 형성되어있다. 뜬금없이 나타난 이 모래 사구는 주변의 드라이 레이크에서 날아온 모래들이 쌓여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멀리서도 모래의 입자가 너무 고와 보여 밟으면 모래지옥처럼 몸을 통채로 삼켜버릴 것 같다.




드라이 레이크 주변을 달리다 아주 재밌는 것을 보았다. 길가에 늘어서있는 까만색 물체들. 뭔가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까만 돌을 줏어다 쓴 글씨들이다. 아마도 드라이 레이크 주변에 있는 돌인 것 같다. 쓰여진 글씨는 대부분이 사람 이름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신의 이름과 자취를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가보다.




오늘 하루, 이렇게 유쾌하게 고독해보긴 처음이다. 특히 그레이트 베이슨 국립공원에서의 꿀같은 휴식이 어제의 더위를 완전히 씻어주었다. I-80 을 타지 않고 US50 을 탄 것은 정말 최고의 선택인 듯. 그런데 호사다마, 아니 용두사미라고 해야 하나, 리노가 마지막에 완전히 심한 태클을 걸었다. 주저리 쓰기에도 부끄러운 우리의 궁상 본능 때문에 몸고생 심하게 하고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뻗어 버렸다. 고로 리노는 우리에게 존재를 잃어버린 도시가 되고 말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