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10 | 5월이 되니 신록이 부르는 것 같다.
콧바람도 쐴 겸 마실 오라고.
가줘야지, 부르는데.
작년 이맘쯤 유난히 산에 가고 싶었다.
수형이라도 같이 있었으면 졸라서 가까운 스모키 마운틴이라도 다녀왔을텐데
혼자선 뱃속 아기와 자두를 데리고 어디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삿짐 싸느라 아까운 5월을 보내고 난 뒤,
우린 조지아보다 산에서 더 멀리 떨어진 인디애나로 왔다.
그리고 또 다시 찾아온 5월. 그 사이 태어난 호두를 등에 업고 산에 왔다.
날 구원해 준 것은 몸도 마음도 건강한 동네 지인들.
두 사람의 계획에 당일 아침 염치도 없이 끼어들었다.
"나도 좀 데리고 가주오..."
한시간 반만에 도착한 이곳은 터키런 주립공원 (Turkey Run State Park).
가까운 곳에 이런 데가 있었다니.
그간 내린 비로 계곡과 강을 흐르는 물이 많이 불어 있었다.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간 끝이라 산공기가 깨끗하고 상쾌했다.
마침 소풍을 나온 학생들이 있어 평일 산행의 벗이 되어주었다.
한참을 기다려 온 산행이라 그런지 9kg 이 다 되는 호두를 업고도 몸이 가벼웠다.
호두는 엄마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긴 채 산행 내내 잠에 빠져들었다.
저런 무모한 일을 감행하는 엄마를 차라리 보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환상적이었던 오늘의 산행.
계획하지 않았던 즐거운 하루.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분들께 감사한다.
오늘, 세시간의 짧은 산행이 나에게 가르쳐 준 중요한 한가지는,
이젠 정말로 나의 인생에 중요한 일부분이 된 호두라는 존재이다.
수형과 자두, 그리고 내가 만들어 온 가족의 틀 안으로
6년만에 새 식구가 들어왔다.
염려했던 바와 달리 호두가 우리 가족이 되는 과정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마치 처음부터 함께였던 것처럼.
하지만 오늘, 수형과 자두없이 호두와 둘만의 산행이라는 낯선 경험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나의 가족이 된 호두를 느꼈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수많은 경험과 관계들을 축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