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페 (Santa Fe) 에 들어섰다. 도시 외곽으로 진입하자마자 산타페만의 독특한 도시 분위기가 바로 느껴졌다. 하늘과 맞닿은 마을. 고도 2,000 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자리잡은 흙빛의 집들은 둥근 모서리와 평평한 지붕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집들 사이에는 공간이 여유있게 있었고 마당에는 지붕 키를 넘는 교목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하늘의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설계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산타페의 다운타운에 도착하니 건물들의 양식이 좀 더 정형화되어 있었다. 흔히 어도비 (Adobe) 양식이라고 부르는 푸에블로 리바이벌 스타일 (Pueblo Revival Style) 의 건물들이다. 포토샵을 만든 회사라고만 알고 있었던 어도비는 사실 집을 짓는 건축 재료다. 진흙이나 모래, 지푸라기를 섞어만든 어도비를 벽돌 모양으로 빚고 햇볕에 구워 집을 지으면 보온/보냉 효과가 탁월해 뉴멕시코를 비롯한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널리 쓰였다고 한다. 지금은 현대적인 건축자재로 집을 짓고 외관만 어도비 양식으로 꾸미는 것이 일반적인 듯.
산타페의 원주민은 푸에블로 인디언 (Pueblos) 들이지만 이후에 스페인에 의해 지배되었다. 산타페를 점령한 스페인은 푸에블로인들에게 로마 카톨릭을 전파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는 인디언들의 전통문화와 어우러져 톡특한 예술양식을 낳았다. 이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이 20세기 초의 푸에블로 리바이벌 스타일. 1920, 1930년대에 산타페로 집단 이주한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에 의해 산타페의 상징적인 건축양식으로 거듭났다. 1950년대 이후에는 이런 건축양식이 제도화되어 지금까지도 산타페라는 도시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이 푸에블로 리바이벌 양식은 한번 본 사람이면 누구라고 쉽게 특징을 잡아낼 수가 있다. 진흙을 발라놓은 것 같은 외관, 사각이지만 둥글둥글 부드럽게 처리한 모서리, 평평한 지붕, 외벽을 뚫고 나온 대들보 (Vigas) 가 푸에블로 리바이벌 양식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건물들은 투박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고 정겨워 보인다. 미국을 이끄는 아티스트들이 모여있는 예술도시라는 모던한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건물들의 외관이 이처럼 소박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건물 안의 세련된 현대 예술품들이 더 돋보이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푸에블로 리바이벌 양식은 한번 본 사람이면 누구라고 쉽게 특징을 잡아낼 수가 있다. 진흙을 발라놓은 것 같은 외관, 사각이지만 둥글둥글 부드럽게 처리한 모서리, 평평한 지붕, 외벽을 뚫고 나온 대들보 (Vigas) 가 푸에블로 리바이벌 양식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건물들은 투박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고 정겨워 보인다. 미국을 이끄는 아티스트들이 모여있는 예술도시라는 모던한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건물들의 외관이 이처럼 소박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건물 안의 세련된 현대 예술품들이 더 돋보이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타페의 다운타운에는 유명한 아씨시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 있다. 아씨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은 어렸을 때 티비에서 보여준 <성 프란체스코 (Brother Sun, Sister Moon)> 라는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린 마음에 프란체스코와 글라라가 결혼했으면 하고 바랬던 기억이 난다.
성 프란체스코 성인은 청빈과 무소유를 실천한 가난한 자들의 대변인이었다. 이런 성인을 모시는 성당을 지은 것은 물질적으로 풍요하지 못한 뉴멕시코의 푸에블로인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한 스페인의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형의 세레명이 프란체스코, 청빈하게 살아가야하는 것은 과연 우리의 운명이란 말인가.
사진은 성 프란체스코 성당 입구의 복녀 카테리 (Blessed Kateri) 상. 처음에는 성모 마리아를 토속적으로 표현한 것인 줄 알았다. 복자/복녀는 카톨릭 성인으로 추대되기 전 단계로 로마 카톨릭에서 인정한 모범적인 신앙의 증거자들을 말하는데, 복녀 카테리는 북미에서 최초로 복녀로 인정받은 인디언이라고 한다.
수형의 세레명이 프란체스코, 청빈하게 살아가야하는 것은 과연 우리의 운명이란 말인가.
사진은 성 프란체스코 성당 입구의 복녀 카테리 (Blessed Kateri) 상. 처음에는 성모 마리아를 토속적으로 표현한 것인 줄 알았다. 복자/복녀는 카톨릭 성인으로 추대되기 전 단계로 로마 카톨릭에서 인정한 모범적인 신앙의 증거자들을 말하는데, 복녀 카테리는 북미에서 최초로 복녀로 인정받은 인디언이라고 한다.
산타페의 명소 로레토 채플 (Loretto Chapel). 성 요셉의 기적의 계단이라고 불리는 미라클 스테어웨이 (Miraculous Stairway) 로 잘 알려져있다.
기적의 계단에 얽힌 이야기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성당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설계사가 2층 합창단석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설계하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는 바람에 수녀님들이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허름한 목수. 자신이 계단을 짓겠노라며 3개월의 말미를 요청한다. 조건은 아무도 성당으로 들이지 말것. 3개월이 지나고 계단이 완성되자마자 정체도 밝히지 않고 홀연히 사라진 목수. 그가 남긴 것은 누구도 풀지 못한 불가사의한 건축물이다.
이 계단이 불가사의한 미스테리 건축물로 불리는 이유는,
첫째, 계단이 놓여진 장소는 일반적인 설계로는 세울 수 없는 협소간 공간이었다.
둘째, 계단을 만든 나무는 이 지역에서 나지 않는 나무였다.
세째, 나선계단을 지탱하는 중심축이나 벽에 연결된 지지대가 없다.
네째, 계단에는 나무로 만든 나사 외에는 못질한 흔적이 없다.
밖에서 본 로레토 채플. 기적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선물인가.
점심을 기다리며.
총독관저 (Palace of Governors). 어도비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관공서다.
총독관저의 한쪽 벽을 따라 인디안들이 공예품을 팔고 있다.
원색의 인디언 공예품 가게.
거리 곳곳에 조형물들이 설치되어있어 예술도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산타페에서 노을을 찍어보려고 헤매고 다녔지만 결국 실패했다.
여행 중에 노을보기, 별보기. 참 어려운 일이다. 적당한 장소, 최적의 날씨 조건 맞추기도 쉽지 않지만 제일 넘기 힘든 단계가 호텔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일.
'갔다가 다시 나오지 뭐', 하고서 나온 적이 몇번이나 됐더라.
Day 4 | 돌이 된 나무 2008년 11월 24일 Santa Fe, NM - Petrified Forest NP - Sedona, AZ 450 miles / 730 km |
아침 일찍 산타페를 출발하려고 서둘러 나섰다. 한나절 잠깐 보고 떠나기에는 아쉬운 도시지만 오래 있는다고 해도 보는 눈이 없어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뭔가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진다는 것, 모든 학습의 최종목표가 아닌가 싶다.
산타페를 대표하는 미국의 예술가 조지아 오키프 (Georgia O'Keeffe) 미술관.
그냥 떠나기가 못내 찜찜해 사람없는 한적한 새벽의 다운타운을 차로 돌아보았다. 다운타운 어딜가나 어도비 양식의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이렇듯 도시 전체가 통일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또다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의 산타바바라.
산타바바라 여행기 | Santa Barbara
토속성, 성스러움, 세련미로 각각 대표되는 인디언, 카톨릭, 현대예술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융합되어 만들어낸 고도 산타페. 대평원을 달려 사막이 시작되는 황량한 뉴멕시코 한복판에서 만난 우리 여행의 첫 목적지이자 휴식처였던 산타페를 떠난다.
산타페를 출발해 다시 I-40 에 합류하기 위해 앨버커키 (Albuquerque) 로 향했다.
자연이 풍요롭지 못해 사람들의 삶도 척박해 보이는 뉴멕시코의 풍경.
우리가 달리는 이곳은 산맥 (Range) 과 분지 (Basin) 가 번갈아 나온다고 해서 지형학적으로 베이슨앤레인지프러빈스 (Basin and Range Province) 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네바다주 전역과 오레건, 유타, 캘리포니아, 아리조나와 이곳 뉴멕시코까지를 아우르는 이 베이슨앤레인지프러빈스는 위성사진으로 보면 마치 좌우로 주름을 잡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2006년에도 아리조나를 달리면서 잊을만하면 멀리서 산맥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풍경이 신기하다고 생각됐었는데 이름이 붙은 지형적 특성이었다니.
끝없이 이어지는 대륙간 열차. 색색의 화물칸은 사막의 신선한 자극.
단순하지만 강렬한 아리조나의 웰컴 표지판. 상당히 촌스러운 감도 없지 않다.
아리조나가 고향인 실험실 동료가 추천한 규화석 국립공원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도대체 나무가 화석이 되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막연하게나마 시커멓게 타버린 숯들이 가득한 숲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곳으로 향했다.
국립공원의 입구. 사진의 앞쪽에서 그림을 망치고 있는 돌덩어리.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돌덩어리가 바로 이곳의 주인공인 규화석이란다.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 지도 |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Map
지금까지 보았던 경치와는 조금 다른 땅덩어리의 모습이 나타났다. 얼핏 보면 채석장이나 시멘트 공장이 생각난다. 별로 아름다와 보이지는 않는 풍경.
지형학적으로는 악지라고 부르는 배드랜즈 (Badlands) 들의 모습이다. 단단하지 않은 퇴적지역이 바람과 물에 의해 광범위하게 침식되어 형성되는 지형으로 짧은 시간에 걸쳐 다양한 퇴적층이 형성될수록 그 단면도 여러가지 색상을 나타내게 된다.
산악지형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침식된 정도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지형 자체는 사람들의 눈에 심미적 만족을 주지 못하지만 그 단면이 보여주는 다양한 색깔이 사막에 색을 입힌 것 같다고 해서 색깔 입힌 사막 (Painted Desert) 이라고 부른다. 단면과 능선이 너무 부드럽고 매끄러워서 외계생물이 구물구물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전형적인 푸에블로 리바이벌 스타일로 지어진 호텔 (Painted Desert Inn)
규화석 국립공원은 I-40 도로를 중심으로 북쪽지역과 남쪽지역으로 나뉘어있다. 북쪽지역이 위에서 본 것 같은 배드랜즈 중심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남쪽은 인디언들의 유적과 규화석 지역이다. 다른 공원에 비해서 하이웨이에서의 근접성이 좋아 I-40 을 달리는 지루한 여행객들의 청량제가 되기 충분하다. 북쪽 지역을 돌아보고 이제 남쪽으로 출발.
구름다리로 I-40 를 건너 공원의 남쪽지역에 도착했다.
아까는 배드랜즈 지역을 위쪽에서 바라보았다면 이번에는 기저로 내려와 배드랜즈가 형성한 마른 계곡들 사이를 달리고 있다.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유적지를 찾아가는 길. 나무 난간을 지탱하는 버팀돌 무더기가 인상적이다. 제대로 친환경적인 울타리다. 인디언 유적은 세월에 사라지고 겨우 알아볼 수 있는 흔적만이 남았다. 둘러봐도 황량한 황무지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자연의 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곳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살아갈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규화석 국립공원의 풍경. <제인에어>나 <오만과 편견> 과 같은 영국 영화에서 가끔 나오는 풍경과 비슷하다. 저 벼랑의 끝에 세차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서있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떠오른다.
드디어 도착한 규화석 벌판. 이곳을 크리스탈 숲이라고 이름 붙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것이 바로 규화석. 나무가 억겁의 세월속에 단단한 암석으로 변해 버린 모습이다. 유기체가 무기질로 바뀐 것이라고 해도 될까. 나무 화석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는 지구 역사의 단면이다.
한때는 이곳이 울창한 삼림이었음을 증명하듯 곳곳에 규화석들이 널려있다.
땅속에 묻혀있던 것들이 주변이 침식되면서 세상밖으로 나온 것 같다. 나무 둘레로 보아 키가 제법 큰 교목들이었을 듯.
숯덩이를 상상했던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른 나무 화석들의 모습이다.
'나무에서 암석으로 (Wood to Stone)' 라는 타이틀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나무 화석들. 얼마나 무거울지, 감히 손도 못대보겠다. 억겁의 세월을 거치며 수없이 바뀌어 갔을 이 땅의 주인들. 그 대부분이 흙으로 되돌아가고 있을 때 이렇게 2억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존재를 증명해 온 미이라 같은 놈들이다.
수형이 찍어준 자두와 나의 모습
당신이 나를 찍고 있던 순간 나도 당신을 찍고 있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