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 2011년 5월 28일 |
브라이스 캐년에서의 하이킹을 마치고 출발한 곳은 자이언 국립공원 (Zion National Park).
자이언 (Zion) 은 한국말로 시온이라고 부르는 성서 속의 지명으로 확대된 의미로는 예루살렘 전체를 뜻하기도 한다. 나는 영어 알파벳의 제트 (Z) 를 지읒이 아닌 시옷으로 표기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는 일인이다. 내 카톨릭 세례명이 엘리사벳이다. 영화에서 본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너무 아름다워서 초등학교 2학년 때 내가 정한 세례명이다. 그런데, 티비에서는 엘리자베스라고 하면서 왜 세례명은 엘리자벳이 아닌 엘리사벳으로 부르는 것이냐는 말이다. 지읒과 시옷의 발음 차이는 나에게 엄청나다. 어감이 너무 틀린 두 단어라 난 정말 어린 나이에도 너무 실망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요한으로 불리는 존 (John), 베드로라고 불리는 피터 (Peter), 마태오라 불리는 매튜 (Matthew), 안드레아로 불리는 앤드류 (Andrew), 마리아로 불리는 메리 (Mary), 율리아노로 불리는 줄리안 (Julian) 등등은 어쩔 것이냐. 물론 세례명의 한국어로의 표기가 영어가 아닌 라틴어에 바탕을 둔 것이라 영어 이름과는 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나는 엘리자베스로 불리고 싶단 말이다!
투덜대는 사이에 자이언 국립공원으로 진입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뭐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참 이질적인 바위산이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뱃살같이 보이기도 하는 이 육중한 바위산은 표면의 격자무늬를 본따 체커보드 메사 (Checkerboard Mesa)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바위산의 가로줄과 세로줄은 완전히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힘에 의해 독립적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산들의 모양이 뭐랄까 키세스 초콜렛이 생각나기도 하고, 여튼 참 형언하기 힘든 형상들이다.
바보같이 캐년 오버룩을 들러보지 않고 바로 공원 메인 루트로 진입하고 말았다.
멀리 보이는 저 알코브 (Alcove) 를 푸에블로 인디언들이 발견했더라면 분명히 마을을 건설했을터.
자이언 국립공원에는 방문객들이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다양한 트레일들이 있다. 우리는 해질 무렵에 도착했기 때문에 제일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템플 어브 시나와바에서 버진 리버를 따라 걸어가는 리버사이드 워크는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걸을 수 있는 트레일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 자이언 국립공원 지도
http://www.nps.gov/zion/planyourvisit/maps.htm
심기가 불편한 듯 보이는 호두.
DAY 6 | 2011년 5월 29일 |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본격적으로 자이언을 돌아보기 위해 나섰다. 성수기에는 캐년 지역을 차로는 돌아볼 수 없고 꼭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막상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개인 차량을 허용했을 경우의 교통체증이 상상할 수 없을 듯하다. 버스 배차 간격이 굉장히 짧은 편이라 아무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트레일은 에머랄드 풀 트레일. 사진 왼편의 아주머니가 카메라에 비닐을 씌우신 것이 아무래도 이 지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보실보실 떨어지는 계곡 물.
어쩜 물이 이렇게 사랑스럽게 떨어질까.
자두가 너무 좋아했다.
호두도 신기해한다.
에머랄드 풀 트레일을 마치고 카옌타 트레일을 타고 내려오며 본 풍경. 사진 속에 흐르는 녹회색 강이 바로 이 웅장한 캐년을 형성한 버진 리버다.
위핑 락. 바위가 울고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마치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보금자리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다.
위핑 락에서 바라보는 캐년의 장관이 참 멋졌다. 우리집 창문으로 이런 풍경이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기묘한 형태의 바위 동굴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저녁은 도미노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