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여행/2011

제65편. 그랜드써클 제1부: 조여사, 숙원사업을 이루다 (Grand Circle Road Trip, 2011/05)


Jun 2013 | 공식적으로 마지막 미국 자동차 여행이 되어버린 그랜드써클 여행. 왠지 느낌에 꼭 그럴 것 같더라니. 필사적으로 이 여행을 추진한 내 동물적 직감에 자부심을 느낀다. 진짜 여기 안들러보고 귀국했으면 평생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다.




북쪽과 동쪽으로는 록키산맥에 남쪽과 서쪽은 Basin and Range Province 로 둘러싸인 고원 지대를 지형학적으로 콜로라도 고원 (Colorado Plateau) 이라고 부르는데,




이 지역이 바로 그랜드써클 (Grand Circle) 이라고 하는 미국 국립공원 집합지이자 어쩌면 한국인의 눈으로 가장 낯설고 이질적으로 보이는 자연환경을 지닌 미대륙의 자연사 박물관이자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한국인들의 미국 제1의 여행지인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아치스, 캐년랜즈, 메사버디, 캐피톨 리프, 그레이트 베이슨,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국립공원이 모두 이 그랜드써클에 속하는데, 이들 국립공원들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주립공원, 내셔널 모뉴먼트, 인디언 자치구 등까지 합치면 지역 전체가 그랜드써클 국립공원으로 불리어도 좋을 정도로 구석구석 경이로움으로 가득찬 MUST-SEE 지역이라 진짜 예전부터 꼬옥 한번 가보고 싶다는 염원을 품고 있었다.




2010년 대륙일주를 할 때 그 염원을 담아 아치스 국립공원과 캐년랜즈 국립공원을 일정에 넣었다가 체감 4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 때문에 그냥 돌아서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아예 날 좋은 5월에 작정하고 그랜드써클 여행을 감행했다.
덴버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그랜드써클 뿐 아니라 콜로라도 지역의 국립공원까지 다 돌아보고 왔으니 진짜 조여사에게는 평생 소원 하나 푼 귀국 선물 같은 여행이나 다름없다.




그랜드 캐년은 2006년에 우리가 미국와서 처음으로 갔던 국립공원이고,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은 2008년 대륙일주 때 갔던 곳, 그레이트 베이슨 국립공원은 2010년 대륙일주 때 들렀던 곳이라 이번 일정에는 넣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는 크고 굵직굵직하게, 되도록 모든 국립공원에서 짧게라도 트레일을 하게 계획을 세웠다. 경험상 그냥 차로 돌아본 곳이랑 걸어서 돌아본 곳은 눈으로 보는 경치, 마음으로 보는 경치가 다 달랐기 때문이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덴버까지 뱅기값은 네 명 모두 $650. 이번에 운이 너무 좋았던게 핫와이어 (Hotwire) 에서 찾은 자동차 렌탈 비용이 겨우 하루에 $5.95, 총 9일 빌리는 최종 비용이 $107불 밖에 안들어서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개스값은 이 지역이 전반적으로 비싼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역별로 편차가 있어서 미리 인터넷에서 주별 평균 개스값을 찾아본 뒤 다른 주로 넘어가기 전에 더 싼 주에서 개스를 넣고 가는 방식으로 비용을 아꼈다.




숙박비는 옐로스톤이나 글래시어 국립공원처럼 연중 오픈하는 기간이 짧은 국립공원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지만 이 지역이 워낙 오지고 대부분의 주변 타운들이 국립공원 방문객 때문에 먹고 사는 지역이라 도시 외곽 같은 수준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내가 프라이스라인에서 한 비딩하는 사람이지만, 아무리 갖은 수를 다 써도 70불 이하로 숙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치스 국립공원이 있는 모압 (Moab) 같은 경우가 $110 정도로 제일 비쌌고, 나머지는 70-80불 정도 수준에서 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호텔에서는 잠만 자고 나오기 때문에 호텔 부대시설, 주변 편의시설 같은 것은 전혀 고려대상에 들지 않고, 그저 싸고 깨끗하면 오케이다.




식비는, 아침같은 경우 거의 호텔에서 조달하고, 이번 여행에서는 덴버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덴버 Hmart 에서 필요한 장을 봐서 갈 수 있어 훨씬 유리했다.
3분카레, 즉석국, 사발면, 마른반찬은 기본이고, 냉동만두 사다가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거나, 치킨브로스를 사서 간단히 만두국을 해먹기도 했다. 삼각김밥이나 유부초밥도 점심 메뉴로 편하고, 마트 델리 섹션에서 감자 샐러드 같은 것을 사다가 빵에다 발라 샌드위치를 해먹기도 했다. 인스턴트 냉면과 짜장면도 먹고, 참치김치찌개도 먹었다. 간단한 나물 반찬을 준비해서 첫날에는 비빔밥을 해먹는다. 어차피 만들어간 반찬은 오래 두지 못하니 2-3일 안에 다 소비해야한다. 참, 하루는 호텔에서 온라인으로 도미노 피자를 주문해서 먹은 적도 있다.
여행 시 음식 철학, 간단하고 편하게. 먹으러 가는 여행이 아니니까 최대한 대충.




여행지 경비는 앤털럽 캐년 투어 비용과 모뉴먼트 밸리 입장료 빼고는 쓴 게 없다. 메사버디 투어 비용은 일인당 3불 수준. 그리고 국립공원 연간 패스가 5월 말에 익스파이어 되는게 있었는데, 정말 마지막날까지 알뜰하게 쓰고 털었다. 진짜 그거 가지고 국립공원 14군데를 돌았으니 정말 심하게 본전을 뽑아먹은 셈이다.




호두를 낳았을 때, 둘째라고 출산 준비물에 거의 신경을 안썼는데 유일하게 제 값주고 산게 바로 아기띠다. 자두 키울 때는 아기띠 없이 지내서 밤마다 애를 재우느라 차 몰고 에센스 구석구석 돌아다니기까지 하면서 엄청 고생 했는데, 호두 낳고 산 아기띠가 어찌나 효자 노릇을 하던지. 일상 생활에서 뿐 아니라 이렇게 여행을 와서도 아기띠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열심히 걸어다닐 수 있었다. 10킬로짜리 군장 매고 다녀야 하는 수형은 너무 고생스러웠겠지만.




우리의 여행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여행 중 받은 한 통의 메일이 이후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그런 심란한 상황에서 끝까지 쿨하게 여행을 마무리 지어준 수형에게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대인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서방과 조여사의 마지막 미국 자동차 여행이자 최고의 여행이었던 8박 9일 그랜드써클 여행, 출발이다.



2011 그랜드 서클

2011년 5월 24일 - 6월 1일


제1일: West Lafayette, IN - Denver, CO - Great Sand Dunes NP - South Fork, CO (370 마일)
제2일: South Fork, CO - Mesa Verde NP - Cortez, CO (160 마일)
제3일: Cortez, CO - Arches, NP - Canyonlands NP - Moab, UT (130 마일)
제4일: Moab, UT - Dead Horse Point SP - Capitol Reef NP - Bryce Canyon, UT (340 마일)
제5일: Bryce Canyon, UT - Bryce Canyon NP - Zion NP - Hurricane, UT (110 마일)

제6일: Hurricane, UT - Zion NP - Kanab, UT (90 마일)
제7일: Kanab, UT - PAGE, AZ - Monument Valley, AZ - Farmington, NM (380 마일)
제8일: Farmington, NM - Black Canyon of the Gunnison NP - Pueblo, CO (360 마일)
제9일: Pueblo, CO - Denver, CO - West Lafeyette, IN (200 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