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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2011

제66편. 그랜드써클 제2부: 고산병인 줄도 모르고 (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2011/05)

DAY 1 | 2011년 5월 24일
Denver, CO - Great Sand Dunes NP - South Fork, CO


2006년 여름, 조지아주에서 캘리포니아주까지 횡단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리면서 하던 말, '한여름에 사막을 어떻게 건널라구.'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사막은 낙타가 방울달고 걸어가는 모래사막. 오아시스 찾아가는 목마른 나그네의 심정으로 달려봤지만 눈앞에 펼쳐진 텍사스, 아리조나 사막은 모래 한톨 볼 수 없는 황무지 벌판이었다. 실망스럽기도 하고, 머쓱하기도 하고.































그런데 록키산맥타고 내려오다 뜬금없이 나타난 이 아라비아 사막은 뭐니. 그것도 떡하니 산맥 한줄기 등에 지고서.




아라비아 사막과 눈덮힌 산줄기가 어색한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그레이트 샌듄 국립공원 (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여행의 첫 목적지다.




눈앞에 보이는 산맥은 '그리스도의 피' 라는 뜻을 가진 생그리더크리스토 산맥 (Sangre De Cristo Mountains). 그레이트 샌듄을 품고 지키는 사구 형성의 일등 공신이다.




생그리더크리스토 산맥을 향해 달려간다. 마치 그리스도의 피가 흘러내리는 것 같은 산세다.




생그리더크리스토 산맥과 산후안 산맥 (San Juan Mountains). 마주보는 두 산맥 사이에 형성된 산루이스 밸리 (San Luis Valley) 는 현재 콜로라도의 유일한 사막지대이지만 아주 오래전에는 두 산맥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호수의 물이 마르고 엄청난 퇴적층이 드러나면서 바람에 직접적으로 노출이 되었는데, 그 땅의 모래들이 바람에 의해 생그리더크리스토 산맥 아래에 쌓이면서 형성된 거대한 사구가 바로 그레이트 샌듄이다. 바람에 흩어져 저멀리 캔사스까지도 날아갔을 모래알들이 언덕을 이루며 얌전히 모여있는 것은 모두 생그리더크리스토 산맥 덕분. 지도를 보면 산맥이 > 모양을 하고 있어 마치 빗자루로 쓸어낸 먼지들이 쓰레받이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형국이다.




샌듄은 바람에 의해 수시로 그 형태가 변하지만 형태에 따른 분류가 가능하다.




거대한 모래언덕을 향해 걸어가는 길. 걷고 있는 이곳은 여름철이면 물이 흐르는 작은 시냇가. 그래서 그런지 모래밭에는 고운 모래 외에도 크고 작은 돌, 나무 부스러기들이 가득하다.




미대륙을 대표하는 모래사막이 두군데가 있는데, 하나가 이곳 그레이트 샌듄이고 다른 하나가 화이트 샌즈 (White Sands National Monument) 다.




사진으로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그레이스 샌듄과 화이트 샌즈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모래의 색감. 그레이트 샌듄의 모래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래의 전형적인 황토빛이라면, 화이트 샌즈의 모래는 이름처럼 하얀 모래다. 화이트 샌즈의 모래는 일반적인 모래가 아닌 석고 (Gypsum) 모래이기 때문. 화이트 샌즈 여행기는 여기




산맥 아래의 분지 지역이지만 고도 2,470 미터의 높은 사막 (High Desert) 인 그레이트 샌듄. 콜로라도 고원지대 투어가 이번 여행 컨셉인데, 촌스럽게 첫날부터 고산병에 걸려버렸다. 모래를 밟은 순간 찾아온 두통과 가슴통증, 마치 한 열시간 등반은 한 것 같은 피로감 때문에 거짓말 안하고 한발짝 떼는 것도 힘들었다. 한번도 이런 갑작스런 몸의 변화를 경험한 적이 없어서 힘든 것 둘째치고 겁이 났다. 오늘이 여행 첫날인데 계속 이러면 어쩌나, 객지에 나와 갑자기 잘못되면 어쩌나.




잿빛 구름이 낮게 깔려있고 저너머에는 소나기를 뿌리고 있었다. 철가루가 자석주위로 쭈뼛하게 서있는 모양으로 구름과 대지가 연결되는걸 본다면, 당신은 지금 소나기를 목격하는 것입니다.




가까이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 사람들이 저기 모여 뭐하고 있는지. 모래언덕에서 미끄럼타기 좋은 때는 모래가 젖었을때란다.




길도 없는 모래밭을 탐험하는 사람들. 나도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바람이 만들어낸 땅의 주름.




호두




만 여덟살 자두와 20개월의 호두, 그리고 마흔을 앞둔 수형




포즈도 포착도 완벽한 사진




진짜 어지간하면 더 올라가보려고 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사람이 한번에 훅 간다더니, 내 몸이 이럴줄은 몰랐네.




그래도 본분을 잊지 않고 코믹사진 연출에 성공




숙소로 가는 길. 별 한개짜리라도 Super8 이나 Days Inn 같은 호텔 체인점을 선호하는데, 조건 맞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The Spruce Lodge 라는 개인 모텔을 잡았더니, 찾느라고 완전 고생함.




사진으로 보기엔 럭셔리하나 완전 불편했음. 다행히 숙소로 오는 길에 몸은 회복되었다. 내일은 메사버디 국립공원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