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11 | 캐나다의 브리티쉬 콜럼비아 (British Columbia)에서 미국의 뉴멕시코 (New Mexico)까지 장장 3,000마일 (4,800킬로미터)을 뻗어내린 록키산맥. 대륙을 가르는 산맥의 길이도 만만치 않지만 3,000~4,000미터가 넘는 고도 때문에 미 중서부 지역의 지형과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산맥이다.
미국 록키산맥은 북부 록키 (Northern Rock Mountains), 중부 록키 (Middle Rocky Mountains), 와이오밍 분지 (Wyoming Basin), 그리고 남부 록키 (Southern Rocky Mountains)로 나뉜다. 우리가 다녀왔던 글래시어 국립공원은 북부 록키, 옐로스톤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은 중부 록키, 그리고 오늘의 목적지인 록키마운틴 국립공원은 남부 록키에 속한다. 와이오밍 분지는 그랜드티턴에서 록키마운틴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는 US191 도로와 I-80 도로가 지나가는 지역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는 록키산맥 시스템의 모든 주요 지역을 거쳐온 셈이다. 아,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기분.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서 잭슨을 거쳐 US191을 타고 가는 길. 산악지대를 벗어나 분지지역에 들어서니 온통 너른 초원이다. 사방 둘러 지평선을 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라 바쁜 걸음 중에도 차를 세우고 저 너머로 물러가는 해를 찍어 보았다.
원래는 래러미 (Laramie)까지 갈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I-80을 만나자 어둔 밤이 되어 버렸다. 겨우 찾은 도시는 락스프링스 (Rock Springs). 이렇게 대책 없이 방을 구한 적은 거의 없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겨우겨우 베스트 웨스턴 (Best Western)에서 100불이 훌쩍 넘는 방을 잡게 되었다. 옐로스톤 공원 내에서도 이렇게 비싸지는 않았는데, 뭐 아쉬운 사람이 손해를 봐야지.
내 학회가 아니니 학회 이야기는 건너뛰고,
록키마운틴 국립공원 동쪽 입구인 에스테스 파크 (Estes Park)로 들어가는 길. 바위를 깎아 만든 도로 옆으로 계곡 물이 세차게 흘렀다.
록키마운틴 국립공원 동쪽 입구인 에스테스 파크 (Estes Park)로 들어가는 길. 바위를 깎아 만든 도로 옆으로 계곡 물이 세차게 흘렀다.
에스테스 파크에서 하루를 머물고 아침에 본격적으로 록키마운틴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 오전에 록키마운틴을 보고 오후에 덴버 공항으로 가서 저녁 비행기를 타야 한다. 간단하게 둘러보는 마지막 일정이기도 하고 열흘 만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라 여러 가지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큰 기대 없이 공원을 들어섰다.
우리는 공원을 관통하는 트레일 릿지 로드 (Trail Ridge Road)를 타고 서쪽으로 넘어가서 I-70 을 타고 덴버 공항으로 갈 예정이었다. 트레일 릿지 로드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베어레이크 (Bear Lake)가 록키마운틴 국립공원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고 해서 트레일 릿지 로드를 타기 전에 들러보기로 했다.
록키 마운틴 국립공원 지도 | Rocky Mountain National Park Map
우리가 이번 여행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들을 거쳐 왔기 때문인지 베어레이크의 풍경은 다른 호수들과 견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히 호수 주변을 도는 트레일을 따라 산책을 하기로 하고 걷고 있는데,
문제의 사진.
웬일로 수형이 자두와 내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호수를 배경으로 자리를 잡아보라고 명령을 내리셨다. 내 눈엔 그닥 멋진 배경은 아니었지만 여튼,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열심히 구도를 잡는 모습이 좋아 보였는지 옆을 지나던 친절한 아주머니께서 가족사진을 찍어주시겠다며 친절을 베푸셨다. 그렇게 찍어주신 가족사진.
하지만 누군가의 고마운 호의가 재앙으로 이어지는 불운한 사고가 일어났다.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건네주는 바톤 터치의 순간, 두 사람 간의 핀트가 어긋나 그만 카메라를 놓치고 말았다. 이곳이 롹키마운틴이라는 사실을 각인이라도 시켜주듯 단단한 롹 위로 떨어져 버린 카.메.라. 어머나 이럴수가, 액정에 금이 갔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아, 이게 무슨 롹키의 저주란 말인가. 산지 4개월 만에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전사해버린 우리의 후지 파인픽스 V10. 가만, 아니다. 이건 롹키의 저주가 아니라 우리의 첫 카메라인 니콘 쿨픽스 995의 저주인지도 모른다. 이미 작년 12월에 새 카메라를 산지 2주 만에 플로리다 여행에서 사망케 한 전력이 있지 않았는가. 그때 카메라를 고치려다 카메라 가격보다 더 비싸게 나온 견적으로 보고 그냥 눈물을 머금고 똑같은 카메라를 사고 말았는데, 그 카메라가 오늘 변을 당한 이 카메라다. 두 번 다 새로 산지 얼마 안 돼서, 두 번 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 두 번 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봉변을 당했다.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사고사지만 난 이 사건의 배후에 우리 니콘 쿨픽스 995가 연관돼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튼, 이런 억울한 일이 있나. 이거, 어쩔 수 없이 같은 모델로 제3의 카메라를 사야 하나.
집에 돌아와 무거운 마음으로 망가진 두 쌍둥이 카메라를 앞에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전직 맥가이버 열성 팬이자 현재는 가정에서 아이디어의 여왕으로 잘 나가는 나 조여사.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친다. 내게 주어진 현재 상황은 다음과 같다.
1번 카메라 - 줌렌즈 고장, 액정 말짱
2번 카메라 - 액정 고장, 줌렌즈 말짱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결론은, 1번 카메라의 액정과, 2번 카메라의 줌렌즈의 조합?
카메라를 분해하기 위해 당장 아마존닷컴에서 1불짜리 특수 드라이버를 주문했다. 드라이버가 도착하자마자 아무도 못 들어오게 방문을 잠그고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몇 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분해/재조립에 성공한 조여사. 제3의 키메라 카메라가 탄생했다. 으하하하 나 자신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순간이 또 있었던가. 멀쩡한 자신을 버리고 새 카메라를 샀다고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린 니콘 쿨픽스 995도 조여사의 집념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이후 4년간 성실하게 우리를 위해 봉사한 나만의 키메라 카메라. 자두에게 물려주어 가보로 남기리.
하지만 누군가의 고마운 호의가 재앙으로 이어지는 불운한 사고가 일어났다.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건네주는 바톤 터치의 순간, 두 사람 간의 핀트가 어긋나 그만 카메라를 놓치고 말았다. 이곳이 롹키마운틴이라는 사실을 각인이라도 시켜주듯 단단한 롹 위로 떨어져 버린 카.메.라. 어머나 이럴수가, 액정에 금이 갔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아, 이게 무슨 롹키의 저주란 말인가. 산지 4개월 만에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전사해버린 우리의 후지 파인픽스 V10. 가만, 아니다. 이건 롹키의 저주가 아니라 우리의 첫 카메라인 니콘 쿨픽스 995의 저주인지도 모른다. 이미 작년 12월에 새 카메라를 산지 2주 만에 플로리다 여행에서 사망케 한 전력이 있지 않았는가. 그때 카메라를 고치려다 카메라 가격보다 더 비싸게 나온 견적으로 보고 그냥 눈물을 머금고 똑같은 카메라를 사고 말았는데, 그 카메라가 오늘 변을 당한 이 카메라다. 두 번 다 새로 산지 얼마 안 돼서, 두 번 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 두 번 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봉변을 당했다.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사고사지만 난 이 사건의 배후에 우리 니콘 쿨픽스 995가 연관돼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튼, 이런 억울한 일이 있나. 이거, 어쩔 수 없이 같은 모델로 제3의 카메라를 사야 하나.
집에 돌아와 무거운 마음으로 망가진 두 쌍둥이 카메라를 앞에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전직 맥가이버 열성 팬이자 현재는 가정에서 아이디어의 여왕으로 잘 나가는 나 조여사.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친다. 내게 주어진 현재 상황은 다음과 같다.
1번 카메라 - 줌렌즈 고장, 액정 말짱
2번 카메라 - 액정 고장, 줌렌즈 말짱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결론은, 1번 카메라의 액정과, 2번 카메라의 줌렌즈의 조합?
카메라를 분해하기 위해 당장 아마존닷컴에서 1불짜리 특수 드라이버를 주문했다. 드라이버가 도착하자마자 아무도 못 들어오게 방문을 잠그고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몇 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분해/재조립에 성공한 조여사. 제3의 키메라 카메라가 탄생했다. 으하하하 나 자신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순간이 또 있었던가. 멀쩡한 자신을 버리고 새 카메라를 샀다고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린 니콘 쿨픽스 995도 조여사의 집념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이후 4년간 성실하게 우리를 위해 봉사한 나만의 키메라 카메라. 자두에게 물려주어 가보로 남기리.
첫 번째 후지 카메라의 사망을 다룬 황당 스토리
트레일 릿지 로드를 타고 본격적으로 록키마운틴을 오른다. 록키마운틴 국립공원이 자리 잡은 남부 록키는 록키산맥의 가장 높은 30개 봉우리가 모두 모여있는 고지대로 록키마운틴 국립공원 내에도 4,000미터에 육박하는 고봉들이 수십 개가 넘는다고 한다.
앞으로 나오는 사진들은 액정 고장 난 카메라를 들고 대충 감으로 찍은 것들.
트레일 릿지 로드는 미국에서 제일 높은 곳을 달리는 하이웨이로 고도가 제일 높은 곳이 3,713미터다. 사진의 호슈파크 (Horseshoe Park)는 구불구불 말발굽 모양으로 흐르는 강줄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수형이 좋아하는 경치다.
베어레이크에서 카메라 액정이 깨지는 바람에 완전히 낭패를 봤다. 더구나 후지 파인픽스 V10의 장점은 커다란 전면 액정. 하지만 액정이 큰 대신에 모든 옵션을 액정 화면에서 조정해야 한다. 뷰파인더가 '없는' 것은 기본. 이건 완전히 눈감고 사진찍기다.
사실 록키마운틴을 들어서면서 내가 '이곳의 경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는 망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베어레이크에서 카메라를 떨어뜨린 뒤 트레일 릿지 로드를 타고 능선 부위에 오르는데 이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 기대 이상의 멋진 경치가 아닌가. 조심성 없이 뱉은 내 말에 대해 벌 받는 기분이었다.
2006년 캘리포니아 여행을 계획하던 때의 일이다. 8박 9일 동안 차를 몰고 캘리포니아까지 다녀온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였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옆집 E네 아빠가 그럼 차라리 콜로라도로 가서 록키산맥을 보고 오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다. 캘리포니아에 가는 것보다 훨씬 여유 있게 일정을 짤 수 있고 경치도 좋은 곳이라면서.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난 그 제안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이미 마음은 캘리포니아에 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록키산맥 같은 곳에 가느라 모처럼 얻은 소중한 휴가를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게 그랜드 캐년이나 나이아가라밖에 없어서 록키마운틴은 저 어디 동네 뒷산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사실 록키마운틴을 들어서면서 내가 '이곳의 경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는 망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베어레이크에서 카메라를 떨어뜨린 뒤 트레일 릿지 로드를 타고 능선 부위에 오르는데 이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 기대 이상의 멋진 경치가 아닌가. 조심성 없이 뱉은 내 말에 대해 벌 받는 기분이었다.
2006년 캘리포니아 여행을 계획하던 때의 일이다. 8박 9일 동안 차를 몰고 캘리포니아까지 다녀온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였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옆집 E네 아빠가 그럼 차라리 콜로라도로 가서 록키산맥을 보고 오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다. 캘리포니아에 가는 것보다 훨씬 여유 있게 일정을 짤 수 있고 경치도 좋은 곳이라면서.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난 그 제안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이미 마음은 캘리포니아에 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록키산맥 같은 곳에 가느라 모처럼 얻은 소중한 휴가를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게 그랜드 캐년이나 나이아가라밖에 없어서 록키마운틴은 저 어디 동네 뒷산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정말이지 트레일 릿지 로드를 타고 록키마운틴의 능선을 달리며 본 경치는 우리가 지금까지 본 네 곳의 국립공원 중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더구나 그 짙푸른 하늘이라니. 내 인생에서 하늘을 가장 가까이 두고 달린 순간이었다.
차를 타고 달리며 도로변에서 찍은 풍경.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능선부의 경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사진 속의 나무 크기를 보면 이 사진이 얼마나 넓은 지역을 담고 있는지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다.
눈앞에 마주하는 고봉들이 4,000미터가 넘는 높은 봉우리인데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위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도로 자체가 3,500미터가 넘는 고도를 달리는 데다 록키마운틴의 산세가 도드라지는 봉우리를 만드는 모양이 아니라서 깎아지른듯한 절벽도, 끝을 알 수 없이 파고드는 계곡도 보이지 않는 그저 고원과 같은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글래시어 국립공원에서는 비록 높이는 3,000미터가 넘지 않지만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과 바닥 끝까지 내려간 계곡이 M 자를 그리며 그야말로 산의 처음과 끝을 다 보여주는 형상이었기 때문에 그 높이가 더 실감 났던 것 같다.
고도가 워낙 높아 고산병에 대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곳이지만 이때만 해도 내 몸이 괜찮았는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해 고도를 실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3,000~4,000미터라는 하늘 닿는 높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바로 능선 부위의 알파인 툰드라 (Alpine Tundra) 지대다.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가장 높은 고도를 수목한계선 (Treeline)이라고 하는데 수목한계선 이상의 지역에서는 나무가 자랄 수 없어서 낮은 풀들만 가까스로 생존한다. 수목한계선은 지역의 위도에 따라 그 높이가 다르지만 이렇게 눈앞에 툰드라 패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곳에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핏 보기엔 와이오밍에서 지겹게 보았던 황야의 초지와 그 모양새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곳의 식물들은 그보다 더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놈들이라 이들이 만들어내는 생태계는 학술적으로도 보호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눈앞에 보이는 초원 아래로 한 무리의 엘크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엘크를 한 번에 보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했지만 롹키에게 한번 찍힌 우리는 그 귀한 풍경을 사진에 담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툰드라 지대의 또 다른 풍경. 비록 새로 산지 얼마 안 돼서 손에 완전히 익은 카메라는 아니었지만, 겨울의 플로리다 여행과 또 이번 여행 때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액정이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어림짐작으로 찍은 사진 중 몇 장은 쓸모가 있었다.
지역의 특성상 초여름이 되어야 트레일 릿지 로드를 개방하는데 특히 한여름에 조심해야 할 것은 여름 오후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라고 한다. 꽤 빈번하게 나타나는 모양으로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후가 되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아닌게아니라 우리가 능선을 넘어 서쪽으로 빠져나갈 무렵, 뒤로 바라본 록키마운틴 하늘에 어느새 먹구름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랜드티턴에서는 순수하게 록키산맥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았다면,
글래시어 국립공원에서는 록키산맥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이곳 록키마운틴에서는 정상에서 산과 눈높이를 함께하여 바라보는 여행이었다.
그 어느 것도 멋지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유독 록키마운틴의 능선 경치는 마음에 많이 남는 것 같다. 다른 곳에 비해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없어서 마음에 더 많이 담아두었기 때문일까. 이렇게 기분 좋은 마무리와 함께 우리의 록키산맥 순례기도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