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04 | 아베마리아 그로또 (Ave Maria Grotto). 베네딕도 수도회의 요셉 죠틀 수사님 (Brother Joseph Zoettl, 1878 - 1961)이 약 50년에 걸쳐 지으셨다는 앨라배마의 작은 성지 아베마리아 그로또는 전 세계 가톨릭 성지의 축소판으로 리틀 예루살렘이라고도 불리는 미니어처 도시다.
처음으로 떠나는 장거리 여행. 수형이 운전하고 내가 길잡이 노릇을 하며 힘들게 수도원에 도착했다. 초여름인데도 날씨가 무척 더웠다.
리틀 예루살렘은 수도원 뒤편의 작은 정원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우리는 안내 책자를 받아들고 리틀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정원으로 가는 그늘진 오솔길이 한낮 더위를 식혀 주었다. 야트막한 계단을 산책하듯 내려가다 보니 하나둘씩 조그만 건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드디어 소인국에 들어선 것이다. 겨우 무릎 높이 밖에 오지 않는 작은 건물들 사이를 걷고 있으니 걸리버가 된 기분이 들었다. 키 155센티미터*의 걸리버 납신다, 모두 길을 비켜라.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리틀 예루살렘. 세계 유명 성지와 건축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이라니. 그야말로 세계를 한눈에 보고 있는 것 같았다.
2013 Updated | 현재 156 cm로 재조정 되었음을 신나게 알립니다.
2013 Updated | 현재 156 cm로 재조정 되었음을 신나게 알립니다.
흙과 작은 돌을 이용해 일일이 손으로 지었다는 정교한 미니어처 건물들에는 이곳에 평생을 바친 요셉 수사님의 열정과 믿음이 그대로 배어있었다. 왜 이곳을 리틀 예루살렘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아베 마리아 그로또 공식 사이트 | Ave Maria Grotto
http://www.avemariagrotto.com/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바빌론 공중정원
낯익은 기와지붕이 눈에 띄어 보았더니 놀랍게도 'Korea'라고 쓰여 있었다. 서울에 있었다는 베네딕도 수도회 건물인데 한국전쟁 중 순교하신 베네딕도 수사님들을 기리기 위해 만드셨다고 한다.
골고다 언덕
아베마리아 그로또에는 로마 바티칸을 비롯한 현존하는 성지뿐 아니라 노아의 방주나 바벨탑같이 성서 속에 등장하는 건축물까지 재현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다람쥐 전용 건널목
수도원에 머물렀던 시간은 단 30분, 하지만 이를 위해 우리가 달린 시간은 왕복 열 시간이 넘는다. 웬일인지 수형이 한 번도 나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았다. 나를 걱정해서 그런 것도, 나를 못 믿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처음으로 달린 550마일의 장거리 운전을 완벽하게 혼자서 이루어내고 싶은 남자의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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