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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2009

제61편. 서울쥐? 시골쥐! 기막히게 아름다운 여름날의 시카고 방랑기 (Chiago Episodes II, 2009-2011)


83°23′W 에센스 (Athens) 86°54′W 웨스트 라파예트 (West Lafayette) 89°24′W 매디슨 (Madison) 위도로 따지면 미대륙의 남에서 북까지 다양하고 골고루 겪었는데, 경도는 6도 범위 안에서 10년을 살았다. 덕분에 물가 저렴한 작은 타운에서 학교에서 나오는 생활비만으로 어찌저찌 살았지만 저쪽 서부나 동부의 번화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봤을 땐 참 재미없는 곳이라는 것도 맞는 말이다. 우리의 현실로는 돌아다닐 곳 많지만 살기에 비싼 도시보다는, 재미없어도 물가 비싸지 않은 도시에 살게 된게 더없이 감사할 뿐이지만. 그리고 사실 시골타운이라 심심하다고 생각한 적은 단한번도 없다. 이게 다 긍정의 힘이지. 작은 타운이기는 하지만 세군데 모두 150 마일 (240 킬로미터) 이내,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대도시가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면 크게 불편하지 않게 한국장에 다녀올 수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009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나름 시카고 권역에서 살게 되었다.




2007년에 조지아에 있을 때, 시카고 가까이 - 가깝다고 해도 서울서 대전이나 대구까지 거리지만 - 살게 될 줄 모르고 땡스기빙때 시카고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겨울철 시카고는 여름철 데스밸리처럼 일종의 금기 지역이지만 달리 대안이 없어서 다녀왔는데, 나름 시카고의 다양한 모습을 보았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예전에 조지아에 살 때는 애틀란타에 가까이 있으면서 매번 한국장만 보러 다니느라 정작 애틀란타 다운타운 사진 한장 없는 것이 아쉬웠는데. 그래서 2009년 인디애나로 이사를 오자마자, 그 좋다는 한여름의 시카고를 보러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사진은 시카고 다운타운의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된 크라운 파운틴 (Crown Fountain).




2007년에 왔을 때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타워 사이의 작은 광장이 여름철 즐거운 물놀이 장이 될 줄이야. 한여름의 시카고, 일단 이런 식으로 겨울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강렬하게 보여주는군.




타워의 벽면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 얼굴이 다양한 표정을 하고 나타나는데, 주기적으로 저렇게 물을 뱉어낸다. 갈아입을 옷만 있었어도 자두랑 같이 저 밑에서 물을 맞아보는건데. 참 나는 임산부였지. 한여름에는 시카고도 엄청 덥고 뜨거워서 도시 한복판의 이런 공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예술과 실용이 결합된 복합 실용예술 작품이라고나 할까. 내맘대로 붙여본 말이다.




자두도 첨벙첨벙 한참을 돌아다니고.




퉁퉁 부은 나, 뱃속의 호두와 함께 네식구 가족사진.




밀리네엄 파크의 클라우드 게이트 (Cloud Gate). 빈 (Bean: 콩) 이라고도 부르는 클라우드 게이트는 아트와 거리가 먼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조형물. 일그러진 거울 속에 비친 사람들과 시카고는 참으로 멋진 발상.




나 찾아봐라. 빈 안에 들어가서 천정을 보고 찍은 사진.




밀레니엄 파크의 이 잔디밭에서 여름이면 야외 콘서트가 열린다. 나는 아주 옛날 시카고에 와본 적이 있는데, 그때 거리를 헤매다 만난 어떤 미국 할아버지와 함께 이곳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무슨 배짱으로 영어도 못하면서 처음보는 할아버지를 따라 다녔는지. 아무리 얼굴이 무기라도 그렇지, 나중에 자두가 그런다면 엄청 야단칠 것 같음.




다운타운의 화려한 도시 풍경.




뜨거운 남부 조지아에 살다가 북쪽으로 이사를 오면서 두드러지게 눈에 띈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의 여름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다. 겨울이 긴 탓에 짧은 여름을 집약적으로 보내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대단하다. 시카고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살고 있는 매디슨에서도 여름이 시작함과 동시에 주말마다 파티, 페스티발, 온갖 이벤트와 행사들로 도시가 시끌벅적하다. 특히 바베큐들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우리 아파트 근처에서도 숯불 피우며 나는 연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지 못할 정도다. 원래 바베큐는 남부에서 시작되었다는데 정작 조지아에 살면서는 바베큐를 거의 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마치 겨울을 나기 위해 몸속에 햇빛을 축적이라고 하려는 듯 기를 쓰고 야외로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우리도 집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진은 시카고 쿠바 페스티발이 펼쳐지는 거리 모습. 퍼레이드가 한창이라 일찍부터 모여든 사람들로 도로는 만원.




퍼레이드 행렬을 뚫고 길을 건너며 용케 찍은 사진.




이곳은 그랜드 파크의 버킹검 분수.




밤이면 조명으로 더 아름답단다. 여름철 뙤약볕이 너무 뜨거워 오래 돌아다닐 수가 없다.




여름철의 시카고 리버 아키텍쳐 보트 투어. 역시 강바람은 여름에 맞는 것이 제맛이야. 겨울에 강바람 맞다가 결국 1층으로 피신한 수형과 자두도 오늘은 실컷 즐기고 있다.

시카고 다운타운 교량 정보 | Chicago Loop Bridgep




이번에 탄 보트는 시카고 리버를 타고 온 뒤 미시간 호로 출항해 스카이 라인을 보여준다.




시카고 파이오니어 코트 광장에는 늘 동상이나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은 아메리칸 고딕 (America Gothic) 이라는 그림을 조형물로 만든 갓블레스 아메리카 (God Bless America) 다.




어설프게 흉내를 내본 수형과 나. 갈퀴는 포토샵으로 합성.




그 다음이 그 유명한 마를린 몬로 동상




지금은 이미 해체되어 이사를 갔지만 한동안 이야깃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강변을 걸으며.


한겨울의 시카고 제대로 보기 | Chicago Episodes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