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009 | 2009년 11월 땡스기빙데이는 우리 둘째 호두가 태어난지 8주되던 날. 6주 검진 때 병원에서는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했지만 골반이 비틀어졌는지 치골의 통증 때문에 여전히 움직이기가 어려웠고, 또 조금씩 다리를 절었다.
2002년 집에서 뒹굴, 2003년 집에서 뒹굴, 2004년 우리 동네 불독순례, 2005년 집에서 뒹굴, 2006년 워싱턴 디씨 (Washington DC), 2007년 시카고 (Chicago), 2008년 미국 남부 대륙횡단 (Cross Country Road Trip), 2009년 집에서 뒹굴 예정.
인디애나주의 11월은 조지아와 달리 산모와 갓난아기가 외출하기엔 너무 추운 초겨울 날씨. 어쩔 수 없이 방콕 신세를 면치 못하고 모처럼 찾아온 땡스기빙 3박4일 연휴를 하릴없이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2006년 이후로 매년 땡스기빙 연휴가 되면 꼭 어딜 갔었단 말이야. 어렵게 시작된 가족의 전통을 이렇게 깨버릴 수는 없는 법. 연휴 마지막 날, 가까운 세인트 루이스 (St. Louis, MO) 에라도 가자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인디애나주의 11월은 조지아와 달리 산모와 갓난아기가 외출하기엔 너무 추운 초겨울 날씨. 어쩔 수 없이 방콕 신세를 면치 못하고 모처럼 찾아온 땡스기빙 3박4일 연휴를 하릴없이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2006년 이후로 매년 땡스기빙 연휴가 되면 꼭 어딜 갔었단 말이야. 어렵게 시작된 가족의 전통을 이렇게 깨버릴 수는 없는 법. 연휴 마지막 날, 가까운 세인트 루이스 (St. Louis, MO) 에라도 가자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네식구 함께 떠나는 첫 가족여행. 오늘 제일 들뜬 사람은 갓 누나가 된 자두.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처음으로 어른들만 앉는 자동차 앞자리 조수석으로 입성했기 때문. 알고보니 불법이었지만.
웨스트 라파예트에서 세인트 루이스까지는 약 300마일의 거리. 편도 여섯시간 거리라 당일치기 여행으로는 무리가 있지만 일단 강행이다.
웨스트 라파예트에서 세인트 루이스까지는 약 300마일의 거리. 편도 여섯시간 거리라 당일치기 여행으로는 무리가 있지만 일단 강행이다.
멀리 보이는 것은 세인트 루이스의 상징이며 미중부의 유명한 랜드마크인 게이트웨이 아치 (Gateway Arch). 우리가 바로 저 아치를 보러 여섯시간을 달려왔다.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학회 참석차 세인트 루이스에 와본 적이 있다. 세인트 루이스는 내가 처음 밟은 미국 땅, 그래서 나에겐 나름 의미있는 곳이다. 아치가 그 전체 모습을 드러내자 11년전 기억이 나서 퍽이나 반가왔다. 하지만 아치만이 눈에 익을 뿐, 다른 경치들은 낯설었다.
자두는 책에서 보고 이미 아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직접 아치를 본다고 기대를 많이 했던 모양이다. 달리는 차안에서 멀찍이 아치를 보고는 생각보다 너무 작다며 실망하는 듯 하더니, 또 갑자기 깨달았는지 아치가 주변 건물보다 훨씬 크니까 사실 아치는 정말 큰게 맞다며 신나게 떠들어댔다. 이렇게 여행지에 대해 슬슬 관심을 가지는거 보니 데리고 다닐 맛이 난다.
차를 주차하고 아치로 가는 길. 11월말의 초겨울 날씨, 공원에는 달려있는 이파리 하나 없이 앙상한 나무들 뿐이지만 그래서 더 아치가 잘 드러나 보였다. 바닥에 낮게 깔린 초록풀들이 을씨년스런 겨울날씨에 조금이나마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두 달간 갓 태어난 아기와 씨름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다들 얼굴이 초췌해 보인다.
한장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아치가 크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아치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줄이 유난히 더 길었다. 아치 주변을 둘러보고 사진찍을 여유도 없이 서둘러 줄을 섰다.
아치 밑에서 찍은 사진. 사진의 약간 오른쪽, 아치 정상 부위에 보이는 검은 점선 같은 것이 전망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이다. 처음에 아치를 봤을 때 그 크기와 높이 때문에 놀랐다. 근데 192미터 높이의 이 아치 정상까지 트램을 타고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에는 더 놀랐다. 우리가 도시에서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유람선 타는 것과 높은 곳에서 전망 보는 것 뿐인데 당연히 올라가야지.
우리 네식구 첫 가족사진이다. 사진은 아치까지 우리가 타고 올라갈 트램의 모형 안에서 찍었다. 첫 가족사진인데 어째 가족이 별로 다정해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아치 정상까지 올라가려면 두시간은 족히 기다려야했다. 밖으로 나갈까도 했지만 들어오는 보안검색대 줄이 너무 길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덕분에 시간이 남아서 우리 자두는 생각지도 않았던 쥬니어 파크 레인져 (Junior Park Ranger) 뱃지도 받을 수 있었다. 파크 레인져는 각 국립공원에 상주해 있으면서 공원을 관리/보호하는 공원 지킴이들이다. 쥬니어 파크 레인져 프로그램은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제공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각 공원에서 나누어 주는 워크북을 작성해가면 아이들에게 쥬니어 파크 레인져 뱃지나 패치를 나누어 준다. 그런데 이 워크북이라는 것이 만만치가 않아서 공원 내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기도 하고 공원을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들을 적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적인 면에서도 또 아이들로 하여금 자연에 관심을 가지게끔 유도하는 아주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쥬니어 파크 레인져가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또 자연을 대하는 마음가짐 역시 자연을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게 되는 것 같다. 이 아치가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자두에게는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수확물이다.
아치 정상가는 길. 아치까지는 놀이동산의 관람차같은 트램을 타고 올라간다. 정상까지 한 5분 정도 걸리는데 좁은 트램안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하는 시간이 참 어색하다.
어렵게 올라간 아치. 정상의 전망대는 낮고 비좁은데 사람은 또 어찌나 많이 박시글거리는지 정말 정신이 없다. 정상 전망대에 처음 올라본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은 정상에서 보는 전망이 아니라 바로 생각보다 너무 작은 창문이다.
그 좁은 창문으로 본 세인트 루이스 다운타운의 전경. 사진 두장을 이어 붙여보았다. 도시의 불빛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망대에서 본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 구장. 내가 오래전에 아치에 올랐을 때가 한여름이었는데 그때 야구장에서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 경기가 있었는지 경기장이 온통 빨간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도시에서 전망대에 오르면 보통 마치 위성사진을 보듯이 누구나 똑같이 볼 수 있는 고정된 도시의 모습을 보게 마련인데 그때 이 야구장의 풍경은 살아있는 도시의 현재 진행형을 보는 것 같아 무척 신선하고 또 인상깊었다.
세인트 루이스에서 보는 미시시피강 (Mississippi River). 미시시피강은 북쪽의 미네소타에서 시작해 남쪽의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즈까지 이어지는 3,700 킬로미터의 미국에서 제일 큰 강이며 세계에서 4번째로 긴 강이다. 미국에서 제일 긴 강은 미시시피강의 지류인 미주리강이라고 한다. 미시시피강은 미네소타주의 미네아폴리스, 미주리주의 세인트 루이스, 테네시주의 멤피스, 그리고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즈 같은 큰 도시들을 끼고 흐르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일곱번쯤 이 미시시피강을 건넜다. 잘 나온 사진은 아닌데 지형학적으로나 역사, 문화적으로 미국에서 중요한 강이고 남북을 따라 미시시피에서, 루이지애나에서, 테네시-알칸사스에서, 일리노이-미조리에서, 미네소타-위스컨신까지 우리의 많은 여정 중 중요한 일부를 차지한 강이라 한번쯤 언급하고 싶어서 이렇게 올린다.
아치에서 내려오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집까지는 6시간, 호두가 힘들어할 때면 나와 자두가 번갈아가며 호두를 재밌게 해주었다. 그동안 외동딸로 자라 마냥 어리기만 것이 누나 노릇이나 제대로 할까 싶었는데 오늘 보니까 자두가 참 좋은 누나가 될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물론 우리는 자두에게 새로 부여된 누나라는 타이틀이 자두에게 부담과 짐이 되는 것은 정말 원치 않는다. 누나 동생으로서의 자두와 호두의 관계가 서로에게 즐거운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더불어 그만큼 중요한 것이 우리, 부모의 역할이라는 점 깊이 새겨본다.
집까지는 6시간, 호두가 힘들어할 때면 나와 자두가 번갈아가며 호두를 재밌게 해주었다. 그동안 외동딸로 자라 마냥 어리기만 것이 누나 노릇이나 제대로 할까 싶었는데 오늘 보니까 자두가 참 좋은 누나가 될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물론 우리는 자두에게 새로 부여된 누나라는 타이틀이 자두에게 부담과 짐이 되는 것은 정말 원치 않는다. 누나 동생으로서의 자두와 호두의 관계가 서로에게 즐거운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더불어 그만큼 중요한 것이 우리, 부모의 역할이라는 점 깊이 새겨본다.
이렇게나마 우리 가족 땡스기빙 전통을 잇게 되어 기쁘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고 남편은 내가 전통이니 뭐니 하면 픽 웃고 말겠지. 콧바람 쐬려고 별 핑계를 다 댄다면서 말이다. 근데 아닌게 아니라 애기낳고 몇개월을 이렇게 햇빛도 잘 안드는 집안에만 있다보니, 그것도 거실쪽은 외풍이 심해서 아예 소파를 다이닝룸으로 옮기고 거기서 생활했는데, 그러다보니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많이 답답했나보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언젠가부터 꿈을 꾸는데 늘 꿈 속의 나는 좁은 건물안에 있는 것이다. 꿈이라는 것이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드러나는 자아의 무의식이 감독한 영화라는 건 알고 었지만 그게 이런 식으로 드러날 줄은 몰랐다.
다음에는 세인트 루이스에 와서 꼭 그 유명한 미주리 식물원을 가보고 싶다. 내게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라 날 좋을 때 꼭 한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