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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2006

제15편. 미대륙횡단 I 제1부: 남들이 다 미친 짓이라고 하는 데는 정말 이유가 있을까 (Cross Country Road Trip, 2006/07)


Feb 2011 | 우리 부부 인생의 가장 대담한 결정, 자동차 미대륙횡단.
조지아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달린 8박 9일간의 모험. 소심부부의 자신감을 백 배 이상 업그레이드 시켜준 오천 마일의 드라이브. 그 시작은 태평양을 향한 소박한 꿈에서 비롯되었다.




2006년 이른 봄, 학회 차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Monterey)에 갔다가 깊고 푸른 북태평양 바다를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다. 나도 모르게 수형 생각이 났다. 참 이상하다. 수형을 만난 후로는 아무리 좋은 것을 봐도 혼자 보면 좋은 줄 모르겠다. 같이 봐야 제대로 본 것 같다. 수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적어도 내 반쪽을 내어준 것은 맞는 것 같다.




처음부터 자동차 미대륙횡단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걸고 준비한 여행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보았던 그 바다를 수형과 함께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이 커진 것뿐이다.




비행기 값을 아껴보겠다고 우리 차 시빅이를 설득했다. 동네 마실이나 다니던 시빅이 입장에서도 오천 마일의 대장정, 게다가 한여름 뜨거운 텍사스/애리조나 사막을 건너야 한다는 것이 - 그것도 왕복으로 - 얼마나 큰 부담이 되었겠는가. 우리를 걱정하는 지인들 역시 설득해야 했다. 내 지도교수는 문자 그대로 '미쳤냐'고 했다. 수형의 지도교수 역시 한여름에 사막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유했다. 더구나 내비게이션과 셀폰도 없이 떠난다는 걸 알고는 이웃들이 마지막까지 우리를 말렸다.




사실 이 여행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시간이었다. 오천 마일이 아니라 만 마일이라도 시간만 충분히 있다면 얼마든지 천천히 즐기면서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9일뿐. 8박 9일 안에 캘리포니아까지 다녀오려면 하루에 적어도 600마일 (약 1,000킬로미터) 이상을 달려야 한다는 건데 과연 세 살짜리 자두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장거리 여행이라고는 일곱 시간 걸리는 플로리다 파나마시티까지 다녀온 게 전부인데 우리같이 소심한 사람들이 과연 이 대장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우리 같은 새가슴들이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무작정 길을 떠날 수 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스테리다. 사실 내가 은근 도전의식이 강하긴 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건 정말 무모한 일이었다. 우리의 도전은 무지해서 용감했던 하룻강아지들의 한 편의 성장 드라마나 다름없다.




총 약 5,600마일 (약 9,000킬로미터) 조지아 - 앨라배마 - 미시시피 - 루이지애나 - 텍사스 - 뉴멕시코 - 애리조나 - 캘리포니아 - 애리조나 - 뉴멕시코 - 텍사스 - 오클라호마 - 알칸사 - 테네시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까지 총 11개 주를 거쳐 숨 가쁘게 달렸던 (정확히 말하면 달리기만 했던) 8박 9일간의 대장정, 이제 시작이다. 출발!



2006 어리바리 첫 번째 미대륙횡단

2006년 7월 8일 - 7월 16일 


제1일: Athens, GA - Dallas, TX (850마일)
제2일: Dallas, TX - Van Horn, TX (520마일)
제3일: Van Horn, TX - San Diego, CA (850마일)
제4일: San Diego, CA - Oxnard, CA (180마일)
제5일: Oxnard, CA - Santa Barbara, CA - King City, CA (200마일)
제6일: King City, CA - Monterey, CA - Pacific Highway - Bakersfield, CA (300마일)
제7일: Bakersfield, CA - Grand Canyon National Park, AZ - Flagstaff, AZ (600마일)
제8일: Flagstaff, AZ - Amarillo, TX (600마일)
제9일: Amarillo, TX - Athens, GA (1,200마일)